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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26.10.168분 읽기

지금 대학로 관객은 무엇을 고르나

I LOVE SEOUL 입간판이 선 혜화역 인근 골목 · Wikimedia Commons · Dwxn · CC BY-SA 4.0

대학로 극장가 이야기를 하면 둘로 나뉜다. 한쪽에서는 이 거리가 위기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여전히 매주 새 공연이 올라온다고 한다. 둘 다 맞다. 그래서 느낌이 아니라 숫자와 지금 걸린 공연들을 같이 놓고, 관객이 무엇을 고르는지 읽어 본다.

서울시 자료와 업계 보도, 그리고 오늘 걸린 공연 목록을 겹쳐 보면 의외로 선명한 경향이 보인다. 판이 어떻게 변했는지, 그 안에서 어떤 작품이 살아남고 있는지, 그래서 이번 주에는 무엇을 고르면 실패가 적은지 순서대로 짚는다.

01숫자로 보는 판의 변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숫자는 티켓 매출이다. 2025년 대학로 공연 티켓 매출액은 전년도 상반기와 비교해 25.5% 줄었다. 연극계의 침체와 유동 인구 감소가 겹친 결과다. 방향은 분명하다.

반면 한국 공연예술 시장 전체는 2021년 후반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다만 2022년 이후 제작사 사이의 양극화가 심해졌다. 대형 프로덕션은 회복했지만 중소 제작사와 소극장 공연은 관객 감소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전체 시장은 돌아왔는데 소극장은 못 돌아왔다는 말이 된다. 이 엇갈림이 대학로 위기론의 핵심이다.

공간의 변화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2004년 문화지구 지정 이후 10년 사이에 소극장의 건물 비율은 31.6%에서 20%로 약 11%포인트 줄었고, 월세는 126% 올랐다고 데일리안은 분석했다. 임대료는 250만 원부터 시작해 2,000만~3,000만 원대에 이르는 곳까지 폭이 넓다.

외곽 지역의 소극장이 30%에서 60% 정도 저렴해서 이른바 탈 대학로 현상이 심해진다는 설명도 같은 기사에 나온다.

02문을 닫은 극장들이 남긴 신호

이런 변화는 극장의 폐관으로 드러났다. 150석 규모의 나무와 물은 2020년 2월부터 공연을 하지 못하게 되자 4월에 폐업을 선언하고 5월 1일에 정식으로 문을 닫았다. 종로예술극장도 문을 닫았다. 그리고 2024년 3월 15일에는 33년을 운영한 학전이 폐관했다. 학전은 33년 동안 359편의 작품을 제작했고, 많은 배우가 이곳을 거쳐 갔다.

학전은 위기의 상징처럼 읽히지만, 폐관 이유는 코로나19의 타격과 김민기 대표의 건강이 겹친 것이었다. 그래도 학전 자리에 아르코꿈밭극장이 문을 열었다는 사실에는 눈여겨볼 의미가 있다. 폐관 125일 뒤인 2024년 7월 17일에 169석 규모의 어린이와 청소년 극장이 열렸다. 민간이 접은 자리를 공공이 이어받는 구도가 현재 대학로의 한 단면이다.

03그렇다면 관객은 무엇을 고르고 있나

이제 지금 걸린 공연들을 보자.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작품은 46편이다. 이 가운데 연극이 39편, 뮤지컬이 7편이다. 오픈런으로 표시된 작품은 26편으로 절반을 넘는다. 오픈런이 많다는 건 관객이 꾸준히 찾는 작품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고, 공연장이 고정 수요가 있는 작품을 선호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겨울 마로니에공원 광장
겨울 마로니에공원 광장 · Wikimedia Commons · Seefooddiet · CC BY-SA 4.0

제목에 코미디, 코믹, 추리, 스릴러, 공포 같은 말이 들어간 공연이 46편 중 12편이다. 노맨틱 코미디, 힐링코미디연극 아빠와 딸, 코믹추리극 마피아게임, 그레잇코미디추리극 히든퍼즐, 블랙코미디 죽여주는 이야기, 코믹추리스릴러 행오버가 이 부류다.

공포연극 자취와 조각, 스릴러 연극 701호도 있다. 웃음과 긴장이 대학로 소극장의 주된 언어다.

업계에서는 스타 배우가 출연하거나 특정 소재를 다루는 공연이 아니면 관객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지금 걸린 공연들에서 눈에 띄는 건 스타 이름이 아니라 장르의 쏠림이다. 낯선 이름의 작품을 고를 때 사람들이 제목에서 웃을 수 있는지, 무서운지, 풀리는지를 먼저 본다는 뜻일 수도 있다.

04오래 가는 작품이 말해 주는 것

오픈런 목록의 연식도 흥미롭다. 공연 중인 작품 중 시작이 2022년 이전인 것은 9편이다. 크리미널 시즌4는 2016년 9월에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뷰티풀라이프와 북극곰 예술여행은 2019년, 연극라면과 뮤지컬 프리즌은 2021년, 스위치와 늘근도둑이야기는 2022년에 시작했다. 공포연극 자취도 2020년부터 올라가고 있다.

롱런 작품이 많다는 건 관객이 새로운 작품을 찾기보다 이미 검증된 작품으로 향한다는 뜻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창작 부담 없이 오래 올릴 수 있는 작품이 소극장의 현실적인 해법이다. 관객의 안전한 선택과 극장의 안전한 운영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셈이다.

오래 간 작품에는 오래 간 이유가 있으니, 처음 대학로를 찾는다면 이런 롱런 작품 중 하나를 고르는 것도 안전한 선택이다.

05한 건물에 여러 관, 복합 극장이 늘어난 이유

공연 목록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한 건물 안의 여러 관이 동시에 돌아간다는 것이다. 지금 공연 중인 작품만 봐도 JTN 아트홀은 1관에서 뮤지컬 써니텐, 2관에서 뮤지컬 인사이드 미, 3관에서 연극 오백에 삼십, 4관에서 뷰티풀라이프가 올라간다.

나인진홀은 1관과 2관을 비롯해 여러 관이 각각 다른 공연을 올리고 있고, 봄날아트홀과 스타릿홀, 스튜디오 블루도 두 개 이상의 공연이 걸려 있다. 세우아트센터 2관에서는 남사친 여사친과 아빠와 딸이 같이 올라 있다.

이 구조에는 이유가 있다. 월세와 운영비가 오르는 환경에서는 극장 하나에 공연 하나를 올리는 방식보다, 여러 관으로 위험을 나누는 방식이 버티기 쉽다. 관객에게도 장점이 있다. 한 건물에서 같은 시간에 서로 다른 작품이 돌아가니, 매진된 작품 대신 다른 관의 작품으로 바로 방향을 틀 수 있다.

예매를 놓쳐도 건물 앞까지 가서 옆 관 공연을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는 뜻이다. 임대료 압력이 극장의 모양까지 바꾸고 있는 것이다.

대학로 도로변의 노점과 행인들
대학로 도로변의 노점과 행인들 · Wikimedia Commons · Asacyan · CC BY-SA 3.0

06대형 뮤지컬과 소극장의 거리

이야기를 소극장 밖으로 넓혀 보자. 2026년 공연계에서는 일본 만화 데스노트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 가장 화제의 작품 중 하나로 꼽혔다고 마리끌레르 코리아가 꼽았다. 안나 카레니나는 7년 만에 돌아와 2026년 2월 20일부터 3월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었다.

대한제국의 헤이그 특사 사건을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 헤이그도 주목받는 작품으로 거론된다. 모두 화제성이 큰 이름들이다.

대학로에서는 뮤지컬 연의 편지가 2026년 9월 16일부터 11월 29일까지 플러스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큰 화제작은 큰 극장으로 몰리고, 소극장은 장르와 입소문으로 버티는 구조가 이 두 장면에서 그대로 보인다. 화제작과 소극장 작품을 같은 달에 하나씩 보면 서로가 훨씬 또렷하게 보인다.

07관객 유형별로 이렇게 고르면 된다

관객이 고르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검증형이다. 오래 이어진 오픈런이나 후기가 쌓인 작품을 고르는 사람이다. 둘째는 화제형이다. 데스노트나 헤이그처럼 화제를 모으는 대형 뮤지컬을 고른다. 셋째는 발굴형으로, 이름이 낯선 소극장 작품을 제목과 소개 한 줄만 보고 고른다.

어느 유형이 맞는지는 정답이 없다. 다만 한 달에 세 번 대학로에 온다면 검증형 한 번, 화제형 한 번, 발굴형 한 번으로 나눠 보면 후회가 적다. 발굴형은 실패할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받아들여 두자. 마음에 안 드는 공연도 하나 건져 가는 게 있고, 그 경험이 다음 선택을 훨씬 정확하게 만들어 준다.

08정책이 바꾸려는 것들

서울시는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민간 소극장을 임차해 창작스튜디오로 운영하고, 공연장 대관료를 최대 3주까지 지원한다. 건축법상 표시 변경이 가능한 약 40곳의 소극장에 대해서는 공연장 등록을 지원할 계획이다.

마로니에공원을 공연예술의 메카로 키우기 위한 지원 강화 계획도 있다. 관객이 체감하기 쉬운 것은 대학로티켓닷컴 통합 예매 플랫폼이다. 서울시가 대학로 공연의 접근성을 높이려고 추진하는 정책이다.

정책의 무게는 극장 운영자에게 얼마나 직접 닿느냐에 달려 있다. 코로나19 시기의 지원이 대관료 중심이어서 극장 운영자에게 직접 닿지 않는다는 업계의 불만도 있었다. 그러니 정책에 기대를 걸더라도 관객 한 사람의 선택이 여전히 가장 직접적인 지원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09이번 주에 고를 한 편

그럼 이번 주에는 무엇을 고르면 좋을까. 세 가지 갈래를 제안한다. 웃으러 간다면 오픈런 코미디나 추리극 중에서 극장이 다른 두 편을 비교해 보자. 긴장이 필요하다면 공포연극 자취나 조각이 있다. 가족과 함께라면 아르코꿈밭극장 같은 어린이와 청소년 극장을 먼저 살펴보시라.

고르기 어렵다면 오픈런 작품 중 하나를 골라 보자. 오픈런은 오래 이어져 온 만큼 예매처에 후기가 쌓여 있는 경우가 많으니, 처음 가는 관객이 고르기 쉽다. 보고 나서 마음에 들었다면 같은 극장의 다음 작품도 열어 보시길 권한다. 그 한 장의 표가 이 거리의 다음 달을 만든다.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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