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의 열두 달을 채우는 공연 축제들

대학로에서 이번 주말에 뭘 볼지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오픈런 작품이 수십 편 걸려 있는데 다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가장 빠른 길은 작품 하나를 고르는 대신 축제 하나를 고르는 것이다. 축제는 여러 작품을 한 번에 묶어서 보여 주고, 극장을 처음 가 보는 사람에게도 이유를 만들어 준다.
이 거리에는 5월의 서울연극제부터 6월의 D.FESTA, 가을의 여주인공 페스티벌까지 한 해를 번갈아 채우는 축제가 여럿 있다. 축제들을 달력 순서로 늘어놓고 보면 각각 어떤 관객에게 맞는지가 선명해진다. 마침 지금이 10월 중순이라 이번 달에 바로 볼 수 있는 것도 있다.
015월, 50년을 넘긴 맏형 서울연극제
가장 오래된 축제는 서울연극제다. 1977년 Korean Drama Festival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고, 1987년에 Seoul Theatre Festival로 이름을 바꿔 5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보통 5월에 약 30일 동안 열린다. 2020년 5월 2일부터 31일까지 열린 것이 하나의 예다.
규모도 크다. 대학로의 소극장 160여 곳에서 열리고 연극인 약 4,100명이 참여한다. 이 거리 전체가 무대가 되는 셈이다. 2020년에는 기획작 8편을 올렸는데, 번역극 4편과 한국 창작극 4편의 균형이 눈에 띈다.
외국 희곡과 국내 창작극을 같은 비중으로 보여 주는 구성이라, 어떤 작품이 내 취향인지 아직 모르는 사람이 입문하기에 좋다. 서울연극제는 이 거리에서 연극이 한 해의 의제를 정하는 자리에 가깝다.
026월, 거리가 무대가 되는 D.FESTA
초여름에는 대학로거리공연축제, 줄여서 D.FESTA가 열린다. 2007년에 시작했고 한국소극장협회가 주최하며 종로구가 후원한다. 연극, 무용, 음악, 국악, 뮤지컬, 마임까지 장르 폭이 넓은 것이 특징이다. 대학로의 소극장 160여 곳과 마로니에공원을 무대로 쓴다.
2022년에는 일상을 마주하다를 주제로 6월 10일부터 12일까지 열렸다. 사흘이라는 짧은 일정이 오히려 장점이다. 공연장 문턱이 높게 느껴지는 사람은 마로니에공원 야외무대에서 거리공연을 먼저 보고 마음이 동하면 소극장으로 옮겨 가면 된다.
공원의 야외무대는 거리공연과 버스킹, 신인 배우의 데뷔 무대로 연중 무료 개방되어 있으니, D.FESTA 기간이 아니어도 쓸 수 있는 입구다.
올해 10월에도 D.FESTA 소극장축제라는 이름으로 소극장 공연이 이어진다. 공간아울에서는 10월 13일과 14일의 밤빛괴담에 이어 10월 17일과 18일에 희망없는 자가 오르고, 열린극장에서는 10월 20일과 21일에 토스트 구워주는 남자와 전하지 못한 진심, 10월 24일과 25일에 달빛수리점이 이어진다.
6월의 거리 축제와 달리 소극장 안에서 이어지는 형태이니, 이번 달에 바로 보고 싶다면 이쪽이 가장 가깝다.

03가을, 경계를 지우는 변방연극제
변방연극제는 서울공연예술가협회가 주최하는 가을 축제다. 해마다 열리는 오래된 축제로, 2004년에 이미 7회를 맞았다.
2004년 7회의 기록을 보면 주제가 경계를 지우며였고, 11월 6일부터 14일까지 대학로 게릴라 극장에서 공식 참가작 11편을 올렸다. 마로니에공원에서는 야외 특별공연도 열렸다. 연극과 무용이 한 무대에 섞이고, 실제와 상상, 공간의 경계를 허문다는 주제 의식이 중심이었다.
주최와 성격을 알고 가면, 일반 연극과는 결이 다른 실험적인 공연을 보게 된다는 마음의 준비가 된다. 줄거리를 따라가기보다 장면이 던지는 질문을 받아 두는 쪽이 이 축제를 즐기는 방법이다. 낯선 장면 앞에서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일단 보고, 나와서 이야기하면 된다.
04신진을 찾는 서울미래연극제
서울미래연극제는 2010년 서울연극제 안의 Future Young Directors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해마다 열린다. 2018년까지는 신진 연출가를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그 뒤로는 참가 범위를 신진에서 중견 예술인까지 넓혔다.
문서 심사로 1차를 가리고 실제 공연을 평가하는 2차 심사로 이어지며, 선정된 공연에는 라이브 공연 리뷰와 1대 1 멘토링이 따라붙는다.
이 축제는 지금 대학로에서 눈에 띄는 연출가의 이름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한 관객에게 가장 맞다.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연출가의 첫 장편을 볼 수 있고, 그 연출가가 몇 년 뒤에 더 큰 무대에 서는 걸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요즘 말로 하면 데뷔 직전 단계를 보는 관람이다.
05여주인공 페스티벌, 한 주제로 다섯 편
이번 글에서 가장 뚜렷한 색깔을 가진 축제는 여주인공 페스티벌이다. 여성 중심의 서사를 가진 연극을 발굴해 올리고, 여성과 사회의 관계를 다루는 작품에 초점을 맞춘다. 5회였던 2024년에는 연극 다섯 편을 5주에 걸쳐 차례로 올렸고, 일정은 11월 4일부터 12월 15일까지였다.
개막식과 폐막식에 시상식이 있었고 여성 인권 강연과 독백 토크쇼 같은 부가 프로그램도 함께했다. 장소는 대학로의 멀빛극장이었다.
2026년 제6회 여주인공 페스티벌 참가작도 올라와 있다. 희재는 10월 14일부터 18일까지, 이혼고백서는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미마지아트센터 물빛극장에서 열린다. 5회였던 2024년과 장소가 다르므로, 예전 정보만 믿고 멀빛극장으로 가지 않도록 주의하자.
06지금 막 생겨나는 작은 축제들
큰 축제 사이사이에는 이름이 아직 낯선 작은 축제들이 돌아가고 있다. 2026년 가을 일정을 훑어보면 그 결이 보인다. 성균소극장에서는 송인 헤리티지 아트 페스티벌이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열리고, 봄날아트홀에서는 서울어텀페스타가 10월 16일부터 이어진다.
미래아트홀에서는 제1회 스텝UP 페스티벌이 10월 14일부터 11월 22일까지 길게 열리며, 놀터예술공방에서는 제1회 놀터창창페스티벌이 11월 4일부터 8일까지 열린다.

이런 작은 축제는 규모가 큰 축제와 달리 후기가 거의 없어서 고르기가 막막하다. 그럴 때 기준은 둘이다. 첫째, 극장이 어떤 곳인지 한 번 확인한다. 둘째, 참가작 이름을 검색해 이전 공연 기록이 있는지 본다. 기록이 있으면 안심이고, 없으면 첫 회를 직접 보는 모험이 된다.
처음이라는 말은 불안한 말이기도 하지만, 객석이 비어 있어서 좋은 자리에서 편하게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07한 해 달력으로 정리하면
지금까지 본 축제를 달력에 올리면 이렇게 된다. 5월에는 서울연극제가 대학로 전체를 연극제로 바꾼다. 6월에는 D.FESTA가 거리와 공원으로 공연을 꺼내 놓는다. 가을과 초겨울에는 변방연극제와 여주인공 페스티벌이 이어지고, 서울미래연극제는 신진 연출가를 소개한다.
이 밖에 극장 하나가 주최하는 작은 축제도 있다. 제6회 소극장 공유 페스티벌이 10월 14일부터 25일 사이에 열린다.
어느 축제를 갈지 정하기 어렵다면 질문 두 개로 가르면 된다. 처음이라 입구가 필요한가, 그렇다면 D.FESTA나 서울연극제다. 이미 연극을 좀 봤고 새로운 걸 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변방연극제나 서울미래연극제다. 주제가 분명한 걸 보고 싶다면 여주인공 페스티벌이 있다.
08축제 티켓, 이렇게 사면 덜 아깝다
축제 관람권은 평소보다 할인 대상이 넓은 경우가 많다. 여주인공 페스티벌처럼 예술가, 서울시민, 청년문화패스, 문화누리카드까지 구분해 둔 곳도 있으니, 자신이 어느 항목에 들어가는지 예매 전에 확인해 보자.
한 번에 여러 편을 보려면 같은 날 두 편을 이어서 보는 것보다 이틀에 나눠 보는 편이 몸이 덜 피곤하다.
또 하나, 축제 공연은 보통 회차가 적다. 오픈런과 달리 이틀이나 사흘 만에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예매하는 편이 안전하다. 일정을 하나씩 확인하다 보면 의외로 쉽게 정해진다.
09이번 주말, 이렇게 가면 된다
이번 주말 동선을 짜 드린다. 토요일 낮에 마로니에공원 야외무대에서 어떤 공연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저녁에는 공간아울의 D.FESTA 소극장축제 참가작을 예매해 보자. 한 극장에서 한 편만 보는 일정이라 부담이 적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마음이 남는다면 다음 날 미마지아트센터 물빛극장의 여주인공 페스티벌 참가작을 이어서 보는 것도 방법이다.
일정이 맞지 않거나 매진이라면 공연예정 작품으로 눈을 돌려 보자. 축제는 대부분 일정이 짧아서 지금 놓쳐도 다음 주에 다른 참가작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실패해도 괜찮다. 축제는 놓친 작품보다 다음에 볼 작품이 더 많은 곳이다.
- 서울시 미디어허브, 「서울연극제」,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1281082
- 경향신문 레이디경향, 「변방연극제」, https://lady.khan.co.kr/culture/article/5470
- 서울신문, 「대학로거리공연축제 D.FESTA」, https://m.go.seoul.co.kr/news/2022/06/09/20220609500097
- 아시아경제, 「서울미래연극제」, https://view.asiae.co.kr/en/article/2020100623225565070
- 서울시 미디어허브, 「마로니에공원」,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2007115
- 여주인공 페스티벌 공연 정보, https://xn--ok0b236bp0a.com/place/28561
- 이 웹진 공연 데이터, data/performances-daehakro.js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