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 앤 시니컬
- 참고
- 현재 운영 여부는 방문 전 확인을 권한다
동양서림 1층에서 계단을 찾아야 한다. 나선형 계단이 건물 안쪽에 숨겨져 있어,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조금 헤매기도 한다. 하지만 계단 난간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시집의 표지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2층에는 국내 최초의 시집 전문 독립서점 위트 앤 시니컬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공간은 무언가를 팔고 사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시를 쓰고 읽는 사람들의 일상이 겹겹이 쌓여 있다.
위트 앤 시니컬을 열은 것은 시인 유희경이다. 2016년 신촌에서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만 해도 시집 전문 독립서점이라는 개념은 낯설었다. 하지만 2018년 혜화로 자리를 옮기며 이곳은 동양서림과 함께 혜화동의 문학적 풍경을 만들기 시작했다.
유희경은 지금도 직접 가게를 지키며 책을 판다. 따뜻한 조명이 도는 공간에서 북토크가 열리고, 월마다 한 번씩 이루어지는 대청소는 마치 책방 전체를 다시 읽는 일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더 특별한 것은 SNS에 매일 올라오는 '출근 인사'다. 7년 가까이 이어진 이 짧은 글들은 한 사람이 시와 책의 세계 속에서 하루하루를 어떻게 마주하는지를 보여준다. 2026년, 유희경은 그 출근 인사를 모아 『출근 인사』라는 산문집을 출간했다.
책방의 10주년을 기념하는 방식으로 시인이 직접 썼던 말들을 다시 만났다는 것은 독자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된다.
한 방문객은 이곳을 "아날로그라는 단어를 생각나게 만드는 서점"이라고 표현했다. 화려하거나 효율적이기보다는, 정성이 담긴 공간이라는 뜻이다. 벽장에는 문학과 지성사, 문학동네, 민음사 같은 출판사들의 시집이 정렬되어 있고, 한 켠에는 추천 도서를 담아둔 진열대가 있다.
책의 양은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공간은 책을 파는 곳이기보다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작업실에 가깝다. 시인 본인과 동료 작가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 방은, 시를 읽는 것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무언가를 전달한다.
계단이 높고 폭도 좁으니 천천히 올라가 이곳을 마주하면, 혜화를 보는 눈이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