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공장에서 시작해 여러 나라 무대까지, <킹키 부츠>가 2026년 런던 콜리시엄에 돌아온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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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 부츠>는 한국 관객에게 낯선 이름이 아니다. 2014년 12월 서울에서 한국어 라이선스 초연이 올라갔고, 2018년에는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공연이 누적 관객 10만 명을 기록했다고 보도됐다.
그런 작품이 2026년 3월 17일부터 7월 11일까지 런던 웨스트엔드의 콜리시엄에서 다시 막을 올렸다. 한 편의 뮤지컬이 영화에서 브로드웨이로, 웨스트엔드로, 다시 여러 나라의 라이선스 무대로 옮겨 다닌 길을 따라가 본다.
01이번 시즌의 핵심, 비복제 프로덕션과 롤라 역의 요하네스 라데베
2026년 콜리시엄 공연은 레스터의 Curve 극장이 만든 비복제 프로덕션이다. 비복제란 이전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연출을 그대로 옮겨 오지 않고 새롭게 제작한 판본이라는 뜻이다. 같은 대본과 음악을 쓰되 무대 해석은 이번 팀이 다시 짰다는 것이니, 이미 작품을 본 분에게도 새 공연으로 볼 이유가 생긴다. 공연은 한정 상연으로 이어졌고 지금은 막을 내렸다.
이번 시즌의 화제는 롤라 역의 요하네스 라데베이다. 라데베에게 이번 콜리시엄 무대는 웨스트엔드 데뷔였다. 앞서 투어 공연에서 롤라 역을 맡았던 배우가 그 역을 안고 런던 중심 무대에 오른 것이다. 지방 투어에서 쌓은 호흡을 대형 극장으로 가져오는 방식은 영국 공연계에서 흔한 길이고, 배우에게는 역할을 충분히 익힌 상태에서 큰 무대에 서는 이점이 있다.
롤라는 이 작품의 감정을 책임지는 인물이다. 이야기는 경영난에 빠진 신발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 프라이스가 드래그 퀸 롤라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공장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다양성과 자기 긍정이라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번진다.
그래서 롤라 역은 노래와 춤만이 아니라 인물의 품격까지 보여 줘야 하는 자리이고, 누가 맡느냐가 공연의 인상을 크게 좌우한다. 투어에서 이미 같은 역을 수없이 살아 본 배우가 웨스트엔드의 큰 객석 앞에서 어떤 여유를 보여 주는지가 이번 시즌의 가장 따뜻한 관전 포인트였다.
이 구성은 비복제 프로덕션이라는 선택과도 이어진다. 새로 짠 연출 위에 투어에서 역을 다듬은 배우를 세우면, 기존 연출에 배우를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배우의 호흡에 무대를 맞추는 쪽에 가까워질 수 있다. 같은 노래라도 인물이 숨 쉬는 자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전 판본을 아는 관객일수록 차이를 찾아보는 재미가 크다.
이번 시즌의 평론과 관객 반응은 아직 충분히 정리되지 않았으니, 그 차이가 실제 객석에서 어떻게 읽혔는지는 후기가 모이면 이어서 전하겠다.

02영화 한 편에서 시작된 이야기
<킹키 부츠>의 뿌리는 2005년 영국 영화 Kinky Boots이다. 이 영화는 1999년 BBC2 다큐멘터리 시리즈 Trouble at the Top의 한 에피소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다큐멘터리에서 출발한 실화에 가까운 소재가 영화를 거쳐 뮤지컬이 된 셈이다. 현실의 공장 이야기가 무대의 드라마로 바뀌며 이야기의 정서도 한층 따뜻해졌다.
뮤지컬의 창작진은 이렇게 짜였다. 대본은 하비 파이어스틴, 작곡과 작사는 신디 로퍼가 맡았고, 연출과 안무는 제리 미첼이 담당했다. 로퍼는 2010년 6월에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이름난 팝 가수가 처음으로 뮤지컬 음악을 쓴다는 점이 개막 전부터 화제였고, 결과는 토니상에서 확인됐다.
대본가와 작곡가, 연출가가 각자의 영역에서 뚜렷한 색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점이 이 작품의 힘이다. 대사의 유머와 노래의 에너지, 군무의 역동성이 서로 겹치면서 보는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게 만드는 공연이 탄생했다.
영화로만 알던 분이 뮤지컬을 보면 같은 이야기를 이렇게 다르게 느낄 수 있구나 하고 놀라는 경우가 많다.
03브로드웨이에서 웨스트엔드로, 토니상과 올리비에상
브로드웨이 초연은 2013년이다. 3월 3일 프리뷰를 시작해 4월 4일 정식 개막했고, 공연장은 알 허쉬펠드 극장이었다. 브로드웨이에 오르기 전에 2012년 10월 시카고의 뱅크 오브 아메리카 극장에서 먼저 선보였다는 기록도 있다.
브로드웨이 개막 전에 다른 도시에서 관객 앞에 시험해 보는 과정은 미국 상업 뮤지컬의 흔한 수순이고, 이 작품도 그 길을 거쳤다.
같은 해 토니상에서 13개 부문 후보에 올라 6개 부문을 받았다. 수상 부문은 작품상, 남우주연상(빌리 포터), 작곡상, 음향, 안무, 편곡이다. 후보의 절반 가까이가 트로피로 이어졌고, 그 목록이 이야기와 배우, 음악, 무대 기술에 걸쳐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신디 로퍼는 이 작품으로 토니 작곡상을 단독으로 받은 첫 여성이 됐다. 이 기록은 작곡상 부문에 한정된 이야기이고, 그만큼 한 부문에서 길을 연 사례로 기억할 만하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2019년 4월 7일에 막을 내렸다. 프리뷰 34회를 거친 뒤 약 2,500회를 공연했으니, 6년 가까이 롱런한 셈이다. 이만큼의 공연 횟수는 한 작품이 단기 화제로 끝나지 않고 관객의 꾸준한 선택을 받았다는 증거이다.

웨스트엔드 초연은 2015년 아델피 극장에서 열렸다. 프리뷰는 8월 21일, 정식 개막은 9월 15일이었다. 2016년 올리비에상에서 3개 부문을 받았고 여기에는 최우수 신작 뮤지컬상이 포함됐다. 이 초연은 2019년 1월 12일에 종연했고 1,400회 이상 공연했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가 같은 2019년 안에 차례로 막을 내렸으니, 두 도시에서 나란히 롱런한 뒤 새 판본으로 돌아오기까지 몇 해의 공백이 있었던 셈이다.
여기서 구분해 둘 점이 있다. 2015년의 웨스트엔드 초연과 2026년의 콜리시엄 공연은 서로 다른 프로덕션이다. 앞의 것은 2015년 아델피 극장에서 시작된 초연 프로덕션이고 이번 것은 레스터에서 새로 만든 판본이다.
두 공연을 같은 공연처럼 이야기하면 평가와 기록이 뒤섞이므로, 후기를 찾을 때도 어느 해의 어느 프로덕션인지 확인하길 권한다.
04여러 나라로 번진 라이선스 무대
이 작품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현지 언어로 공연됐다. 일본에서는 2016년부터, 호주에서는 2016년 10월 멜버른에서, 독일에서는 2017년 12월 함부르크에서 초연됐다. 덴마크에서는 2022년 공연이 레우메르트상에서 최우수 뮤지컬상을 받았고, 에스토니아에서는 2024년 11월에 비복제판이 초연됐다.
이 연표에서 한국의 위치를 보면 흥미롭다. 한국어 초연은 2014년 12월이었으니 2015년 웨스트엔드 초연보다도 앞섰고, 일본과 호주, 독일의 공연보다 먼저였다. 한국 뮤지컬 시장이 해외 화제작을 빠르게 들여오는 시장이라는 점이 이 작품의 이동 경로에서도 확인된다.
한 편의 뮤지컬이 이렇게 널리 퍼지는 이유는 이야기가 지역과 시대를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가업을 이어받아 고민하는 청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이라는 주제는 어느 사회에서든 공감을 얻는다. 게다가 비복제판이라는 방식이 각 나라의 극장과 관객 특성에 맞게 연출을 조정할 여지를 준다.
2024년 에스토니아에서 시작된 비복제판의 흐름이 2026년 런던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05혜화동의 시선, 한국에서 이 작품이 걸어온 길
한국에서는 2014년 12월에 한국어 라이선스 초연이 올라갔다. 이후 2018년 1월 31일부터 4월 1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열린 공연은 73회 만에 누적 관객 10만 명을 넘었다고 언론이 전했고, 이 공연의 공동 제작사로 CJ E&M이 언급됐다.
73회에 10만 명이면 회당 평균 1,300명이 넘는 객석을 채운 셈이니, 대극장 뮤지컬로서 흥행 흐름이 매우 안정적이었다고 읽을 수 있다.
한국 관객에게 <킹키 부츠>가 오래 사랑받는 이유는 음악의 접근성과 메시지의 보편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음악 작곡가가 쓴 곡은 한 번 들어도 귀에 남고, 가족 사업과 편견이라는 주제는 우리 일상과 닿아 있다. 처음 뮤지컬을 보는 분에게 권하기 좋은 작품으로 자주 거론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런던에서 다시 올라온 이번 시즌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알려 준다. 하나는 롱런한 작품도 비복제 프로덕션으로 새 옷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라이선스 뮤지컬이 재공연될 때도 연출과 캐스팅을 어떻게 바꿨는지에 따라 같은 작품이 전혀 다른 경험이 된다.
다른 하나는 투어로 키운 배우가 중심 무대로 올라가는 경로의 힘이다. 대학로의 앙상블과 지방 공연에서 주연을 맡는 배우가 늘어나는 흐름과도 이어진다.
06앞으로 지켜볼 것
이번 시즌은 7월 11일에 끝났다. 앞으로 챙겨 볼 만한 소식은 세 가지이다. 먼저 이번 콜리시엄 공연에 대한 평론과 관객 반응이 어떻게 정리되는지, 다음으로 이 비복제 프로덕션이 영국 투어나 다른 극장으로 이어지는지,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다시 공연이 올라올 때 어떤 판본이 택해지는지이다.
그때까지는 이미 접할 수 있는 길을 활용해 보자. 영화 Kinky Boots를 먼저 보고 뮤지컬 넘버를 들어 보면, 이야기가 음악으로 번역되는 방식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영화로 뼈대를 익힌 뒤 넘버를 들으면 뮤지컬이 무엇을 더했는지 선명하게 보인다.
한국 공연을 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2026년 런던 프로덕션의 사진과 소식을 곁들여 보며 연출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상상해 보는 것도 좋다.
- WhatsOnStage, 「West End shows set to open in 2026」, https://www.whatsonstage.com/news/west-end-shows-set-to-open-in-2026_1690881
- Wikipedia, 「Kinky Boots (musical)」, https://en.wikipedia.org/wiki/Kinky_Boots_(musical)
- 텐아시아, 「킹키부츠」 한국 초연 관련 보도(2014-09-24)
- 데일리안, 「킹키부츠」 블루스퀘어 공연 관련 보도(2018-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