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서 영화로, 영화에서 무대로, 2024년 토니상 최고 뮤지컬 <디 아웃사이더스>의 여정과 돌아온 <더 위즈>

- 원 출처
- CBS News
새로 만든 이야기가 상을 받는 순간과 오래된 이야기가 다시 불려 나오는 순간이 한 시즌에 겹친 적이 있다. 2024년 6월 16일 열린 제77회 토니상에서 최고 뮤지컬상은 <디 아웃사이더스>에게 돌아갔고, 같은 시기 브로드웨이에는 1975년에 초연된 고전 뮤지컬 <더 위즈>가 새 얼굴로 돌아와 관객을 맞고 있었다. 신작과 고전이 한 시즌의 브로드웨이에서 어떻게 공존했는지, 두 작품을 차례로 따라가 본다.
해외 무대의 흐름을 읽는 일은 우리 공연을 고르는 눈을 넓혀 준다. 한 시즌의 수상작과 리바이벌을 나란히 놓으면 지금 어떤 이야기가 무대에서 힘을 얻는지가 보인다.
0112개 후보, 4개의 트로피
<디 아웃사이더스>는 2024년 토니상에서 12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최고 뮤지컬상과 뮤지컬 연출상(대냐 테이머), 뮤지컬 조명, 뮤지컬 음향까지 모두 4개 부문을 받았다. 후보 12개 가운데 3분의 1이 트로피로 이어진 셈이다.
같은 해 연극 부문에서는 <스테레오포닉>이 13개 후보로 가장 많은 이름을 올렸는데, 토니상은 연극과 뮤지컬을 나누어 시상하기 때문에 두 작품은 같은 부문에서 겨루지 않았다. 그러니 13개와 12개라는 숫자는 서로를 이긴 기록이 아니라 각 장르에서 얼마나 폭넓게 인정받았는지를 보여 주는 지표이다. 숫자를 비교할 때는 어느 부문에서 센 것인지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배우 쪽에서도 후보가 나왔다. 브로디 그랜트가 뮤지컬 남우주연상 후보에, 조슈아 분과 스카이 라코타 린치가 뮤지컬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세 명 모두 남성 배우이고 주연과 조연이 함께 후보에 오른 것은 한 사람의 활약이 아니라 앙상블 전체가 작품을 이끌었다는 신호로 읽힌다.
청소년 무리를 다루는 이야기에서는 이런 균형이 특히 중요하다. 한 소년의 시선을 따라가면서도 주변 인물이 저마다 무게를 가져야 무리의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기 때문이다.
수상 부문의 구성도 눈여겨볼 만하다. 작품 전체를 대표하는 최고 뮤지컬상, 이야기를 하나의 무대로 엮어 낸 연출상, 그리고 눈과 귀를 책임지는 조명과 음향이 모두 이 작품에 돌아갔다. 배우나 음악 한 분야에 쏠리지 않고 무대를 이루는 요소가 고르게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반대로 배우 부문의 후보 세 명은 트로피를 받지 못했으니, 이 작품의 상은 개인의 열연보다 무대 전체의 설계에 모였다. 새 작품을 고를 때 수상 부문의 구성을 같이 보는 습관이 도움이 되는 이유이다. 조명과 음향상이 따라붙은 작품이라면 이야기만큼 보고 듣는 경험 자체를 기대해도 좋다.

02소설에서 영화로, 영화에서 뮤지컬로
이 작품의 원작은 S. E. 힌튼이 1967년에 펴낸 소설 <디 아웃사이더스>이다. 1983년에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소설과 영화는 서로를 기억하는 독자와 관객이 있어서, 뮤지컬화는 그 기억을 새로운 방식으로 건드리는 작업이다.
활자로 읽던 이야기가 스크린을 거쳐 노래와 몸짓이 되었을 때, 같은 소외가 어떤 목소리로 들리는지가 이 작품을 보는 가장 좋은 질문이다. 소설이 나온 지 반세기가 훌쩍 넘은 이야기가 지금의 무대에서 통한다는 사실은, 청소년의 소외와 우정이라는 주제가 시대를 건너 살아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뮤지컬의 창작진은 이렇다. 극본은 애덤 랩과 저스틴 러바인, 음악과 작사는 제임스타운 리바이벌(조너선 클레이, 잭 챈스)과 저스틴 러바인이 맡았다. 연출은 앞서 연출상을 받은 대냐 테이머, 안무는 릭 쿠퍼먼과 제프 쿠퍼먼이다.
음악 크레딧에 뮤지컬 작곡가 한 사람이 아니라 제임스타운 리바이벌이라는 이름의 듀오가 올라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음악을 여러 사람이 나누어 쓰는 구조이니, 한 작곡가의 색으로 통일된 뮤지컬과는 다른 결의 소리를 기대해 볼 만하다.
극본과 음악 모두에서 저스틴 러바인의 이름이 반복되는 것도 대본과 노래가 따로 놀지 않도록 한 사람이 양쪽을 잇는 역할을 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작품의 여정도 알아 두면 좋다. 이 뮤지컬은 2023년 2월 19일 샌디에이고의 라호이아 플레이하우스에서 초연됐다. 시카고 굿맨 극장 공연은 코로나로 취소됐기 때문에 라호이아 공연이 초연으로 기록된다. 지방 극장에서 먼저 다듬은 뒤 브로드웨이로 올라가는 경로는 미국 뮤지컬의 오랜 방식이다.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은 2024년 3월 16일 프리뷰를 시작해 4월 11일 정식 개막했고, 공연장은 버나드 B. 제이콥스 극장이다. 라호이아에서 브로드웨이까지 한 해 남짓 만에 올라온 속도는, 지방 극장에서 만든 작품이 관객과 업계의 호응을 빠르게 얻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03같은 시즌에 돌아온 고전, 더 위즈
토니상 시즌에 브로드웨이에는 또 다른 작품이 올라와 있었다. <더 위즈>는 197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뮤지컬로, 토니상 7개를 받았다. 오즈의 마법사를 새롭게 풀어낸 이 작품은 그 뒤로도 꾸준히 기억되는 고전이다.

토니상 7개라는 기록은 초연 당시 이 작품이 얼마나 폭넓게 인정받았는지 보여 주는데, 지금의 새 프로덕션은 그 평판 위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2024년 리바이벌은 스켈레 윌리엄스가 연출을 맡아 마퀴스 극장에서 공연했다. 2023년 9월에 발표된 계획으로는 프리뷰가 3월 29일, 개막이 4월 17일이었고, 이 프로덕션은 토니상 시즌의 브로드웨이에 이름을 올렸다.
시상식이 있던 6월에는 공연이 막 자리를 잡은 시기였으니, 신작인 <디 아웃사이더스>와 같은 달에 나란히 객석을 채운 작품이다.
두 작품을 나란히 놓으면 뜻밖의 공통점이 보인다. 한쪽은 거리의 소년들이 서로를 지켜 주는 이야기이고, 다른 쪽은 오즈의 길 위에서 도로시가 사자와 양철 나무꾼, 허수아비를 동료로 얻는 이야기이다. 배경과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홀로는 버티기 어려운 사람들이 무리를 이루어 길을 가는 이야기라는 줄기가 겹친다.
한 시즌에 이 두 이야기가 함께 객석을 채웠다는 사실은, 관객이 신작과 고전을 가리지 않고 같은 정서에 반응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
고전의 리바이벌은 신작과 전혀 다른 어려움을 안고 있다. 이미 관객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작품이라 비교 대상이 많고, 새로운 해석을 내놓지 않으면 굳이 다시 올릴 이유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바이벌은 새 연출가의 눈을 빌려 오래된 이야기를 지금의 언어로 바꾸는 작업이 된다.
신작이 새로운 것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면 리바이벌은 오래된 것이 왜 다시 불려 나오는지를 증명하니, 같은 시즌의 두 작품은 서로의 거울이 된다.

04혜화동의 시선, 신작과 고전을 함께 두는 극장
한국의 공연 시장에서도 신작과 리바이벌, 라이선스와 창작이 공존한다. 그래서 이 한 시즌의 풍경은 낯설지 않다. 다만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이 있다. 토니상 최고 뮤지컬은 완전히 새로 쓴 이야기가 아니라 소설과 영화로 이미 사랑받은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었다는 사실이다.
원작의 힘과 무대의 해석이 만났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 주는 사례이다. 신작이 상을 받고 고전이 돌아오는 같은 계절의 극장가에서 관객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 다이다. 한 달에 한 편은 새 이야기를, 한 편은 오래된 이야기를 보는 식으로 짝을 지어 보자.
한국 관객에게 이 작품을 연결하는 지점은 주제이다. 가족처럼 서로를 의지하는 소외된 청소년들의 우정과 생존이라는 이야기는 시대와 나라를 가리지 않고 공감을 얻는다. 원작 소설이나 영화를 먼저 접한 분이라면 뮤지컬이 같은 이야기를 노래와 움직임으로 어떻게 풀었을지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소설과 영화, 뮤지컬을 하나씩 짚어 가면 같은 이야기가 매체마다 어떻게 다르게 읽히는지 따라가기 쉽다.
그리고 시상식의 숫자를 읽는 법도 하나 가져가면 좋겠다. 후보 수와 수상 수, 부문 구분, 장르 구분을 함께 보면 한 작품이 어떤 영역에서 인정받았는지가 정확히 보인다. 후보 수 하나만 달라도 작품의 위상이 다르게 읽히니, 숫자를 인용한 글이 서로 다르다면 공식 명단과 시상식 결과로 돌아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05앞으로 지켜볼 것
이 작품들을 앞으로 따라가는 방법은 간단하다. 새 공연 소식은 대개 수상 직후에 가장 활발하게 나온다. <디 아웃사이더스>의 해외 공연이나 국내 라이선스 소식이 나오는지, <더 위즈> 리바이벌이 이후 어떤 길을 걷는지 지켜보면 된다. 소식이 나오면 이어서 전하겠다.
그때까지 해 볼 만한 일이 있다. 소설 <디 아웃사이더스>를 읽거나 1983년 영화를 다시 보면서 뮤지컬이 어떤 장면에 힘을 줬을지 상상해 보는 일이다. 사진 속 빗속 럼블 장면과 교회 화재 장면, 손전등 아래서 책을 읽는 조용한 장면을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어떤 자리에 놓았을지 떠올려 보면 작품의 리듬이 그려진다.
고전 뮤지컬에 관심이 있다면 <더 위즈>가 오즈의 마법사를 어떻게 다시 풀었는지 음악 중심으로 들어 보는 것도 좋은 출발점이다.
- CBS News, 「Tony Awards 2024 winners list」, https://www.cbsnews.com/amp/news/tony-awards-winners-2024-list
- Tony Awards, 「2024 Tony Nominations」, https://tonyawards.com/media/documents/Tony_Nominations_2024_04_30.docx
- Wikipedia, 「The Outsiders (musical)」, https://en.wikipedia.org/wiki/The_Outsiders_(musical)
- Playbill, 「The Wiz Sets 2024 Broadway Dates, Theatre; Get a 1st Look at the New Production」, https://playbill.com/article/the-wiz-sets-2024-broadway-dates-theatre-get-a-1st-look-at-the-new-produc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