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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26.10.118분 읽기

재 속에 묻힌 불씨를 무대에 올린다, 니와게키단 페니노가 8년 만에 내놓는 <우즈미비>

<우즈미비> 홍콩 공연 무대 사진 · (c) No Limits and photographer Patrick Wai
원 출처
jstages

눈으로 보는 연극이 아니라 소리와 향기와 온도로 경험하는 연극이 있다. 일본의 극단 니와게키단 페니노가 8년 만에 내놓는 신작 <우즈미비>(埋火, 영문 제목 Sleeping Fires)이다. 극본과 연출은 타니노 쿠로가 맡았고, 올해 3월 홍콩에서 세계 초연된 뒤 빈과 아테네에서 호평을 받았으며, 6월에는 아테네 에피다우로스 페스티벌의 공식 초청작으로 올랐다.

일본 공연은 2026년 11월 12일부터 15일까지 요코하마의 KAAT 가나가와예술극장 대스튜디오에서 열린다. 일본 소식이 대학로 독자에게 먼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소극장 연극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흥미를 가질 만한 무대이다.

01요코하마 KAAT 대스튜디오에서 나흘, 도야마 공연도 있다

도쿄 근교 요코하마의 KAAT 神奈川芸術劇場 대스튜디오(大スタジオ)에서 11월 12일 목요일부터 15일 일요일까지 나흘간 열린다. 상연 시간은 약 1시간 50분이고 중간 휴식은 없다. 휴식이 없는 작품은 한 번 객석에 앉으면 끝까지 같은 호흡으로 가야 하니, 공연 전에 화장실을 미리 다녀오길 권한다.

회차는 모두 여섯 번이다. 12일 목요일 19시, 13일 금요일 14시, 14일 토요일 13시 30분과 18시 30분, 15일 일요일 13시 30분에 열린다. 평일 저녁과 낮, 주말 낮과 저녁이 고루 섞여 있어서 일정에 맞는 회차를 고르기 쉽다.

나흘뿐인 일정이라 날짜를 먼저 정하고 교통편과 숙소를 잡는 순서가 안전하다. 같은 날 두 번 열리는 토요일은 낮 공연과 저녁 공연 사이에 선택지가 있어서, 도착이 늦어질까 걱정되는 해외 관객에게 여유를 준다.

도쿄가 아닌 요코하마라는 점도 알고 가면 좋다. 도쿄에 머무르는 일정이라면 전철로 오가는 반나절 동선으로 계획하면 된다. 숙소 위치에 따라 이동 시간이 달라지니 출발 전에 극장 위치를 공식 안내에서 확인하자.

이 작품은 11월 7일 토요일과 8일 일요일 13시에 도야마의 오버드 홀 중홀에서도 공연한다. 요코하마보다 닷새 먼저 열리는 일정이라, 일본에서 이 작품을 처음 만나는 곳은 도야마인 셈이다. 도쿄 근교를 가기 어려운 분들이라면 도야마 일정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주최는 합동회사 아르슈이고, 기획은 니와게키단 페니노, 제휴는 KAAT 가나가와예술극장이 맡았다. 가나가와현의 보조금 지원도 받았다. 지원 명목이 가나가와현 마그카루 전개 촉진 보조금이라는 점에서, 지역 극장과 극단이 손을 잡고 새 작품을 일본 안팎에 내보내려는 구도가 보인다.

분위기 컷. 그리스 에피다우로스 고대 극장의 전경, 작품 사진이 아니라 이 작품이 초청된 에피다우로스 페스티벌의 무대 공간을 보여 주는 이미지
분위기 컷. 그리스 에피다우로스 고대 극장의 전경, 작품 사진이 아니라 이 작품이 초청된 에피다우로스 페스티벌의 무대 공간을 보여 주는 이미지 · Wikimedia Commons · Berthold Werner · CC BY-SA 3.0

극단이 기획을 맡고 극장이 제휴하는 구조는, 우리 대학로에서 극단이 극장과 공동 제작으로 작품을 올리는 방식과도 닮았다.

티켓은 전석 지정이고 세금이 포함된 가격이다. 일반은 5,500엔, 24세 이하는 4,300엔, 장애인 할인은 4,500엔, 고등학생 이하는 1,000엔이다. KAAT 선행 발매는 9월 5일, 일반 발매는 9월 19일에 시작했다.

젊은 관객이 부담 없이 새로운 연극을 만나도록 배려한 가격 구조로 읽힌다. 전석 지정이니 좌석 배치도를 보고 소리가 잘 닿을 만한 자리를 고르는 방법도 있다. 가격과 잔여석은 달라질 수 있으니 예매 전에 KAAT 공식 페이지에서 다시 확인하자.

출연은 오가타 스스무, 카와이 이네코, 시바타 타카오, 세키바 마사오, 햐쿠모토 나쓰에 다섯 명이고, 내레이션은 타니가와 미에가 맡는다. 극본과 연출, 주재는 타니노 쿠로이다. 배우 다섯 명 외에 내레이션을 따로 맡는 사람이 있다는 구성은, 이 공연에서 목소리가 장면을 이끄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8년 만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이번 작품은 극단의 오랜 기다림이 끝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 사이 극단이 무엇을 길어 올렸는지가 소리와 감각이라는 언어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이번 신작을 더 궁금하게 한다.

021840년대의 산골 민가, 어느 하룻밤의 이야기

<우즈미비>의 배경은 1840년대의 산골 민가이다. 이야기는 시각장애가 있는 안마사와 그를 찾아온 방문객들 사이에 묻혀 있던 기억과 욕망이 어느 하룻밤을 경계로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을 그린다.

연출가 타니노 쿠로는 시각장애를 가진 여성이 세계를 어떻게 경험하는가를 탐구하는 데서 이 작품이 출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음향과 향기, 온도, 촉각처럼 시각을 넘어선 감각이 또 다른 세계를 만든다는 믿음을 바탕에 두었다고 한다.

이 말은 연극이 눈으로만 보는 예술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우리는 극장에서 보이는 것만 따라가기 쉽지만, 소리의 질감, 공기의 온도, 무대 위의 냄새가 장면을 결정하는 순간이 분명히 있다.

<우즈미비> 홍콩 공연 무대 사진
<우즈미비> 홍콩 공연 무대 사진 · (c) No Limits and photographer Patrick Wai

그렇다면 이 공연을 어떻게 보면 좋을까. 줄거리의 세부를 알려 하기보다 눈을 감고 소리만 따라가는 몇 초를 일부러 만들어 보기를 권한다. 배우의 목소리, 바닥을 밟는 소리, 숨소리가 만드는 공간감이 평소와 다르게 들릴 수 있다.

시각을 잠시 내려놓으면 평소 지나치던 소리가 장면의 주인공이 되고, 배우의 숨이 한 박자 늦어지는 순간이 대사보다 많은 것을 말해 준다.

03제목 '埋火', 겉으로는 꺼진 듯 보여도 남아 있는 열기

제목 '우즈미비(埋火)'는 재 속에 묻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꺼지지 않고 남아 있는 숯불을 뜻한다. 겉으로는 꺼진 듯해도 열기가 이어지고 있는 감정을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불씨라는 이미지는 안마사와 방문객들 사이에 묻혀 있던 기억과 욕망이라는 줄거리와 자연스럽게 겹친다.

이 제목은 작품의 질문을 한 줄로 요약해 준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면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사람을 이해하는가. 겉으로 평온해 보이는 장면 속에도 오래 눌러 둔 감정이 살아 있다면, 그 열기를 느끼는 방법은 시각만이 아니다.

이 작품은 시각장애라는 소재를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감각의 확장으로 다루려는 쪽에 가깝다. 재 속의 불씨는 만져 보아야 따뜻함을 알 수 있듯, 이 무대는 보는 것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요구하는 작품일 것이다. 일본어가 낯선 관객이라면 기대를 줄거리에 두지 않고 감각에 두는 것이 좋은 준비다. 줄거리를 놓쳐도 소리나 온도가 남아 있다면 이 작품은 충분히 전해진 것이다.

04홍콩에서 빈과 아테네로, 일본에 닿기까지

작품은 2026년 3월 27일 홍콩 아츠 페스티벌의 "노 리미츠(No Limits)" 프로그램에서 세계 초연됐다. 이후 빈과 아테네에서 공연해 호평을 받았고, 6월에는 그리스 아테네의 에피다우로스 페스티벌 공식 초청으로 이틀간 상연했다.

3월 홍콩, 유럽 순회, 6월 아테네를 지나 11월 도야마와 요코하마에 닿는 동선이니, 일본 극단의 신작이 일본보다 해외에서 먼저 관객을 만난 셈이다.

<우즈미비> 홍콩 공연 무대 사진
<우즈미비> 홍콩 공연 무대 사진 · (c) No Limits and photographer Patrick Wai

KAAT 공식 페이지는 홍콩, 빈, 아테네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소개 문구를 싣고 있다. 어느 매체가 어떻게 평했는지까지는 알려져 있지 않으니, 호평이라는 큰 흐름만 받아들이고 구체적인 평가는 일본 공연이 열린 뒤 나올 후기로 확인하자.

이 글에 실린 무대 사진 네 장은 홍콩 공연에서 찍은 것이라 요코하마의 대스튜디오에서는 또 다른 얼굴의 무대를 만날 수 있다.

05혜화동의 시선,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무대에 올리는가

혜화동이 이 소식에 눈길을 둔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는 감각의 문제이다. 대학로 연극도 대사와 장면으로 이야기를 전하지만, 소리와 조명, 공간의 밀도로 객석을 움직이는 작품이 늘 있었다. <우즈미비>는 그 지점을 작품의 중심에 놓는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보는 연극이 아니라 느끼는 연극을 지향한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다.

둘째는 접근성이다. 일반 5,500엔 옆에 24세 이하 4,300엔, 장애인 4,500엔, 고등학생 이하 1,000엔이 나란히 놓여 있다. 고등학생 이하 요금이 일반의 5분의 1이 채 되지 않으니, 관객층을 넓히려는 설계가 가격표에서 먼저 보인다.

우리 소극장들도 관객의 접근 장벽을 낮추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만큼, 이런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셋째는 순서이다. 일본 극단의 신작이 홍콩에서 먼저 열리고 유럽과 그리스를 돈 뒤에 본국의 공연장에 도착한다는 동선은, 지금 공연 시장에서 작품이 이동하는 길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준다. 한국 창작극이 해외 페스티벌의 문을 두드리는 길에도 참고가 되는 장면이다.

해외 관객 앞에서 먼저 검증받고 충분히 다듬어진 채로 본국에 돌아오는 방식은, 8년 만에 내놓는 신작처럼 오래 준비한 작품일수록 의미가 크다.

06공연을 보러 가려는 분들께

11월 중순에 일본 일정이 있다면 요코하마 KAAT의 일정표를 달력에 먼저 적어 보자. 일본어를 못 해도 이 작품은 소리와 몸의 감각에 기대는 공연이라 즐길 여지가 있다. 자막 제공 여부는 예매 전에 공식 안내에서 확인하길 권한다. 직접 가기 어렵다면 해외와 일본의 반응이 소개되는 대로 이 작품을 다시 살펴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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