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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타임26.10.128분 읽기

해밀턴, 부산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석 달의 첫 만남: 가사를 따라가며 보는 이 작품의 준비물

한국 공연 포스터 (부산·서울 프리미어) · 포스터 · 제작 에스앤코(S&CO)
원 출처
더뮤지컬

뮤지컬 팬이라면 한 번쯤 원캐스트 앨범을 틀어 놓고 가사를 따라 읽어 본 작품이 있다. 많은 분에게 그 작품이 <해밀턴>일 것이다. 그 작품이 이번 겨울 한국 무대에 온다.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12월 17일에 먼저 막을 올리고, 서울에서는 1월 21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포스터에는 "단 한번의 기회"라는 문구와 함께 부산과 서울 프리미어라는 표기가 적혀 있다.

01일정부터 정리한다

부산 공연은 2026년 12월 17일부터 2027년 1월 16일까지 드림씨어터에서 열린다. 서울 공연은 2027년 1월 21일부터 3월 2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다. 부산 막이 내리고 며칠 뒤 서울 막이 오르는 구조라서, 한 달 남짓의 부산 회차와 두 달 남짓의 서울 회차는 사실상 하나의 일정표로 읽힌다.

부산 회차는 연말과 새해 첫 주를 지나가고, 서울 회차는 한겨울에서 3월 초봄까지 이어진다. 모임이 몰리는 연말에 맞추고 싶으면 부산, 새해 일정을 느긋하게 짜고 싶으면 서울이 어울린다.

출연 배우 명단은 10월 12일 기사 기준으로 공개 전이다. 서른한 명이 출연하는 대규모 프로덕션이라는 점만 알려져 있다. 러닝타임과 관람 연령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 두 가지는 예매처 상세 페이지가 열리면 가장 먼저 채워질 항목이니, 티켓 오픈 알림을 걸어 두면 놓치지 않는다.

02한 사람의 전기가 어떻게 무대가 됐나

작품의 뿌리는 론 처노의 전기 『알렉산더 해밀턴』이다. 린마누엘 미란다가 이 책을 바탕으로 극본, 작사, 작곡을 모두 맡았다. 대본과 음악을 한 사람이 함께 쥐었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대사를 쓰는 사람이 곡도 쓰니, 인물이 말하는 속도와 음악의 박자가 따로 설계되지 않는다.

가사가 곧 대사이고 대사가 곧 리듬이라는 뜻이다. 한 줄을 놓치면 다음 줄이 이어지지 않는 대신, 한 줄을 붙잡으면 장면 전체가 풀린다.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해밀턴>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린마누엘 미란다 (2016년 4월 뉴욕 공연, 한국 공연 사진 아님)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해밀턴>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린마누엘 미란다 (2016년 4월 뉴욕 공연, 한국 공연 사진 아님) · Wikimedia Commons · Steve Jurvetson · CC BY 2.0

그래서 가사를 미리 읽어 두는 관객이 객석에서 훨씬 편하다. 모든 곡을 외울 필요는 없다. 첫 곡에서 속도에 놓쳤더라도 걱정하지 말자. 같은 인물이 다음 곡에서 다시 돌아와 이야기를 이어 준다. 평전이라는 두꺼운 책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노래 한 곡마다 사건 하나씩을 압축하는 형식이 되었으니, 처음에는 숨이 차도 몇 곡 지나면 귀가 익는다.

03뉴욕에서 시작된 길

이 작품이 걸어온 길은 비교적 선명하다. 2015년 1월 20일 뉴욕 퍼블릭 시어터에서 프리뷰를 시작했고, 2월 17일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으로 정식 개막했다. 같은 해 7월 13일 리처드 로저스 극장에서 브로드웨이 프리뷰가 시작됐고, 8월 6일에 정식 개막했다. 작은 극장에서 먼저 관객 반응을 확인하고 큰 무대로 옮겨 가는 순서이다.

이후 2016년에는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을 수상했고, 같은 해 제70회 토니상에서 16개 부문 후보에 올라 11개 부문을 받았다. 한국 공연 포스터에는 토니, 올리비에, 그래미, 퓰리처 수상작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숫자보다 흐름이다. 연극계의 상, 뮤지컬계의 상, 음악계의 상이 한 작품에 각기 다른 눈금으로 닿았다는 사실이 이 작품의 성격을 보여 준다.

작품이 무대 밖에서 받은 대접도 눈여겨볼 만하다. 2016년 3월에는 백악관에서 출연진의 공연 행사가 열렸고, 그보다 앞선 2015년 7월에는 작품을 관람한 뒤 출연진과 제작진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건국 시기를 다룬 이야기가 미국 정치의 중심지에 초대받은 셈이다.

<해밀턴>이 상연되는 뉴욕 리처드 로저스 극장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극장)
<해밀턴>이 상연되는 뉴욕 리처드 로저스 극장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극장) · Wikimedia Commons · Ajay Suresh · CC BY 2.0

2016년 4월 뉴욕 공연에서는 린마누엘 미란다가 타이틀롤인 해밀턴을 직접 맡았다. 극본과 음악을 쓴 사람이 주인공까지 연기했다는 점이 이 작품의 출발점이 얼마나 개인적인 프로젝트였는지를 말해 준다.

한 번 보고 나서 앨범을 다시 들으면 장면이 다르게 귀에 들어오는 작품이라, 부산이나 서울 중 한 번을 본 뒤 재관람을 고민하는 분도 많을 것이다.

04한국 공연의 창작진

한국 공연의 창작진은 보도에 이렇게 소개된다. 연출은 토마스 케일, 안무는 앤디 블랑켄뷸러, 음악감독과 편곡은 알렉스 라카모어이다. 무대는 데이비드 코린스, 의상은 폴 태즈웰, 조명은 하웰 빙클리, 음향은 네빈 스타인버그, 헤어와 분장은 찰스 라포인트가 맡는다.

제작 쪽 이름도 함께 보자. 브로드웨이 측 프로듀서는 제프리 셀러이고, 한국 측에서는 신동원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포스터에는 주최로 해밀턴문화산업진흥회사, 제작으로 에스앤코 등이 적혀 있다. 브로드웨이 프로듀서와 한국 프로듀서가 같은 소개문에 나란히 등장하는 것은, 이 공연이 해외 팀과 국내 팀의 공동 작업이라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창작진 명단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연출, 안무, 음악이 한 줄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노래가 빠르게 흘러가는 동안 배우의 동선과 안무가 서사를 같이 끌고 간다. 가사만 따라가던 앨범 속 장면이 무대에서 어떤 움직임으로 살아나는지 확인하는 일이 관람의 큰 재미가 된다.

05부산에서 서울로, 두 도시를 도는 첫 한국 공연

이번 공연은 정식 한국 초연이면서 부산과 서울을 차례로 도는 첫 한국 공연이기도 하다. 포스터의 문구도 부산과 서울 프리미어이다. 부르는 이름이 달라도 이 공연이 한국에서 처음 열린다는 사실 하나만 기억하면 충분하다.

2016년 3월 백악관에서 열린 <해밀턴> 출연진 공연 행사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출연진)
2016년 3월 백악관에서 열린 <해밀턴> 출연진 공연 행사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출연진) · Wikimedia Commons · Pete Souza (백악관) · 퍼블릭 도메인

두 도시를 모두 볼 계획이라면 극장이 다르다는 점이 재밋거리가 된다. 드림씨어터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객석 구조와 무대와의 거리가 서로 다르다. 같은 장면도 어느 자리에서 보느냐에 따라 군무의 구도로 읽히기도 하고 배우의 표정으로 읽히기도 한다. 부산에서 앞자리, 서울에서 뒷자리처럼 시야를 바꿔 보는 것도 하나의 관람법이다.

06서울 공연을 노리는 분들께

서울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대극장은 객석 규모가 큰 공연장이라 가까이에서 표정을 보는 즐거움은 줄어들 수 있다. 그 대신 군무와 무대 전체의 구도를 한눈에 보기 좋다. 배우의 표정이 궁금하면 앞쪽 좌석을, 안무와 동선의 흐름을 보고 싶으면 조금 물러난 좌석을 고르는 식으로 목적을 정하자.

서울 공연은 3월 20일에 마치니, 늦어도 3월 초까지는 날짜를 정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07혜화동의 시선: 대학로 관객이 챙겨 볼 것

대학로 중심의 공연 웹진으로서 이 작품을 바라보면, 이 공연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큰 극장에서 완성된 작품을 보고 나면, 우리 창작 뮤지컬은 어디에서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작품은 한 사람의 이야기를 빠른 말과 리듬으로 압축하는 방식이었다.

대학로의 소극장 창작 뮤지컬도 사실 같은 일을 해 왔다. 짧은 시간 안에 인물을 세우고 관객을 몰입시키는 일이다. 규모는 다르지만 방법론은 겹친다.

2015년 7월 <해밀턴> 관람 뒤 출연진과 제작진을 만나는 장면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출연진)
2015년 7월 <해밀턴> 관람 뒤 출연진과 제작진을 만나는 장면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출연진) · Wikimedia Commons · Pete Souza (백악관) · 퍼블릭 도메인

서른한 명이 서는 무대와 소극장의 작은 무대는 크기만 다를 뿐, 이야기를 노래로 옮기는 고민은 같은 자리에서 출발한다. 한 사람이 극본, 작사, 작곡을 모두 맡아 말과 음악을 한 호흡으로 설계했다는 이 작품의 출발점은, 작은 규모에서도 그대로 배울 만한 방법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고 난 뒤에 대학로로 발걸음을 옮겨 보길 권한다. 대사가 빠르게 쏟아지는 소극장 뮤지컬이나, 한 사람의 이력을 노래로 풀어 가는 창작 뮤지컬을 이어서 보면, 같은 장르가 어떻게 다른 규모로 해결하는지 비교하는 재미가 생긴다.

08관람 전에 해 두면 좋은 준비

객석에 앉기 전에 해 볼 만한 일을 순서대로 적어 본다. 첫째, 원캐스트 앨범의 첫 곡과 마지막 곡만 들어 두자. 작품의 시작과 끝이 귀에 남는다. 둘째, 인물 관계를 간단히 메모해 두자. 이름이 많이 나오는 작품이라 누가 누구와 맞서는지만 알아 두어도 훨씬 편하다.

셋째, 부산과 서울 중 어디서 볼지 정하자. 개막 직후의 설렘을 가장 먼저 맛보고 싶다면 부산이, 일정을 넉넉히 두고 고르고 싶다면 서울이 맞는다.

예매는 오픈 날 아침에 접속해서 좌석 배치도와 회차 구성을 먼저 훑어보고, 그다음에 원하는 날짜를 고르는 순서를 추천한다. 후보 날짜를 두세 개 정해 두면 마음이 훨씬 편하다. 캐스팅이 발표되면 어떤 배우의 조합으로 볼지는 그때 정하면 된다.

혜화동도 새 소식이 나오는 대로 이어서 전하겠다. 그 사이 앨범의 첫 곡을 한 번 더 들어 두면, 막이 오르는 순간의 설렘이 조금 더 길어질 것이다.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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