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것만으로 한 사람의 평생이 지나간다: 최수종·하희라의 첫 공동무대 <러브레터>를 즐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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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뮤지컬
무대에는 책상과 편지가 전부이다. 배우는 서로를 마주 보지 않고 편지를 읽어 내려간다. 그런데도 객석에서는 한 사람의 어린 시절부터 노년까지가 지나간다. 연극 <러브레터>가 오래 사랑받아 온 이유이다. 이번 가을과 겨울에는 이 작품에 특별한 이름표가 하나 더 붙었다.
배우 최수종과 하희라가 부부가 된 뒤, 데뷔 이래 처음으로 같은 무대에 서기 때문이다. 공연은 11월 5일부터 12월 27일까지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열린다. 화제성 너머에서, 이 작품을 어떻게 보면 더 오래 남는지를 이야기해 보겠다.
01이번 공연의 기본 정보
공연 기간은 2026년 11월 5일부터 12월 27일까지, 장소는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이다. 제작사는 수컴퍼니이고, 러닝타임은 1시간 40분, 관람 연령은 만 13세 이상이다. 제작진에는 박수이, 오루피나, 이범재 등의 이름이 올라 있다.
기본 회차는 화요일 19시 30분, 수·목요일 15시, 토요일 14시와 18시, 일요일과 공휴일 16시이다. 평일 저녁에 갈 수 있는 날이 화요일 하나뿐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직장인이라면 화요일 저녁이나 토요일 저녁 회차가 현실적인 선택이고, 낮 회차는 시간을 낼 수 있는 분께 맞는다.
다만 제작사가 낸 일정표에는 개막일인 11월 5일 목요일 19시 30분처럼 기본 패턴과 다른 회차가 섞여 있다. 달력만 보고 날짜를 정하기보다 예매처에서 날짜를 직접 눌러 보고 정하자.
좌석은 VIP석, R석, S석, 휠체어석으로 나뉘고 일부 자리는 판매보류석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런 형식의 공연은 큰 동작이 없어서 표정과 목소리가 중심이다. 값이 부담된다면 무리하게 앞 좌석을 노리기보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고르게 닿는 자리를 찾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공연이 7주 남짓 이어지니 개막 직후와 막바지 회차를 나눠 보는 계획도 세울 수 있다.
02작품이 걸어온 길
<러브레터>는 미국 극작가 A.R. 거니의 작품이다. 1988년 거니가 배우 홀랜드 테일러와 함께 뉴욕 공립도서관에서 처음 선보였고, 같은 해 뉴헤이븐의 롱 워프 극장에서 본공연이 열렸다. 도서관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이 작품의 성격을 잘 말해 준다. 무대 장치가 필요 없고, 두 사람과 편지만 있으면 성립하는 연극이라는 뜻이다.

이후 1989년 3월 27일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의 프롬나드 극장에서 개막해 64회 공연했고, 같은 해 10월 31일에는 브로드웨이 에디슨 극장에서 96회 공연했다. 도서관에서 시작한 작은 낭독이 한 해 사이에 뉴욕의 극장 두 곳으로 번진 셈이다.
이 작품은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수상작은 아니지만,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작품의 문학적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
이야기는 앤디와 멜리사 두 사람이 평생 주고받은 편지로 짜여 있다. 앤디는 부모가 원하는 삶을 살아온 모범생이고, 멜리사는 부유하지만 부모의 사랑이 모자라 자란 자유로운 영혼이다. 성격이 정반대인 두 사람이 어린 시절부터 편지를 주고받으며 엇갈리고 가까워지고 다시 멀어진다. 같은 사건을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온도로 적는 대목이 이 작품의 맛이다.
편지라는 형식은 시간을 압축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편지 한 통이 다음 편지까지의 공백을 데리고 오고, 그 공백 사이에서 두 사람이 얼마나 변했는지가 읽힌다. 객석은 일어나지 않은 장면을 상상으로 채우는 공범이 된다. 그래서 같은 대본을 읽어도 보는 사람마다 기억하는 장면이 다르다.
03이번 프로덕션의 얼굴들
앤디 역은 최수종, 멜리사 역은 하희라이다.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서는 것은 데뷔 이후 처음이다. 연출은 오루피나, 작곡은 이범재가 맡는 것으로 소개되었고, 포스터에는 원작 A.R. 거니라는 표기가 들어가 있다.
두 배우의 실제 관계가 작품과 겹쳐 보인다는 기대는 이 공연의 가장 큰 관람 재미이다. 다만 작품이 하는 이야기는 앤디와 멜리사라는 두 인물의 삶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배우 부부라는 서사를 먼저 올려놓고 보면, 인물의 감정이 아니라 배우의 사생활을 읽게 되는 순간이 올 수 있다.
그 순간이 오면 편지의 내용으로 다시 시선을 돌려 보자. 그러면 인물의 이야기가 다시 들어온다.

반대로 이 관계를 열쇠로 삼아 볼 수도 있다. 앤디는 정해진 길을 성실히 걸어온 사람이고, 멜리사는 길 밖을 서성인 사람이다. 한 번도 같은 무대에 선 적 없는 두 배우가 서로 다른 결의 두 인물을 나눠 맡는다는 점이 이번 캐스팅의 흥미로운 지점이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어느 대목에서 가까워지고 어느 대목에서 멀어지는지 따라가 보자.
04편지라는 형식이 배우에게 요구하는 것
편지를 읽는 연극에서 배우가 쓸 수 있는 도구는 적다. 걷거나 부딪히거나 소품을 던지는 동작이 거의 없으니, 남는 것은 목소리의 높낮이와 숨을 쉬는 타이밍, 그리고 읽다가 멈추는 짧은 침묵이다. 객석에서는 그 침묵이 대사보다 크게 들릴 때가 있다. 같은 문장도 어떻게 숨을 쉬느냐에 따라 농담이 되기도 하고 고백이 되기도 한다.
이전 시즌의 사진을 보면 그 단출함이 한눈에 들어온다. 2022년 공연에서는 책상 하나뿐인 무대에서 배우가 편지를 읽었고, 흰 벽과 책상 두 개로 꾸민 무대도 있었다. 이렇게 덜어 낸 무대 위에서 시선이 갈 곳은 배우의 얼굴과 손에 쥔 종이뿐이다.
또 하나는 듣는 연기이다. 한 사람이 편지를 읽는 동안 다른 사람은 그 내용을 처음 듣는 것처럼 반응해야 한다. 두 사람이 서로를 쳐다보지 않아도 상대의 문장이 끝나는 순간을 정확히 알아야 하니, 호흡을 오래 맞춰 본 사이일수록 유리한 형식이다.
두 배우가 첫 공동무대에서 이 호흡을 어떻게 쌓아 갈지가 관람의 가장 큰 포인트이다. 처음에는 낯선 상대의 문장을 조심스레 받던 호흡이, 무대를 거듭하며 서로의 숨소리까지 읽는 호흡으로 바뀌는 과정은 편지 속 두 인물이 세월을 지나며 달라지는 모습과 닮아 있다. 시간이 된다면 시기를 달리해 두 번 보며 그 변화를 직접 확인해 보자.
05어느 회차를 고를까
조용한 분위기에서 오래 여운을 가져가고 싶다면 수·목요일 낮 회차가 낫다. 공연 직후에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토요일 저녁 회차가 좋다. 공연이 끝난 뒤 대화가 이어지는 작품이라, 동행이 있는 분은 저녁 회차 뒤에 식사 자리를 잡아 두길 권한다.
편지가 읽히는 100분 동안 나눈 침묵은 식탁에서 가장 먼저 말이 되어 나온다. 누구의 편지에 더 마음이 갔는지부터 물어보면 대화가 쉽게 열린다.

06혜화동의 시선: 낭독극이 대학로 관객에게 말해 주는 것
대학로 관객에게 이 작품은 낯설지 않다. 소극장에서 두 명의 배우가 오롯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2인극은 대학로의 오랜 장기이다. <러브레터>는 그 장기 중에서도 가장 단출한 형식에 속한다. 움직임이 거의 없고, 배우는 편지를 읽는다. 그래서 오히려 배우의 호흡과 목소리의 결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번 공연이 대학로가 아닌 강남의 대치아트홀에서 열린다는 점도 눈에 들어온다. 대학로와는 동선이 다르니 일정을 짤 때 이동 시간을 넉넉히 잡아 두자. 그렇다고 대학로와 거리가 먼 이야기는 아니다. 대학로에서 2인극을 즐겨 보던 관객이라면, 같은 형식을 다른 얼굴의 배우로 보는 경험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볼 만하다.
오랜 부부가 상대의 문장을 처음 듣는 사람처럼 듣는 연기를 한다는 것은, 오래된 사이에도 처음 듣는 말이 있다는 사실을 객석에 상기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반대로 이 작품으로 연극에 처음 발을 들인 분이라면, 공연이 끝난 뒤 대학로의 2인극 한 편을 이어서 보길 권한다. 같은 형식이 어떻게 다른 이야기를 품는지 직접 비교해 보면, 연극이 한결 가까워진다.
배우의 이름값으로 객석이 찬다는 건 공연계에 좋은 일이다. 평소 연극을 보지 않던 관객이 극장에 들어서는 첫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 관객이 한 번의 좋은 경험으로 다음 연극을 찾아가게 만드는 일은 결국 극장 쪽의 몫이다. 이 공연이 그런 다리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한다.
07관람 전에 해 볼 것
세 가지만 권한다. 첫째, 앤디와 멜리사가 어떤 사람인지 위의 소개 정도만 훑어 두자. 편지가 한 통씩 읽히는 형식이라 시간 순서를 놓치면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다. 둘째, 자신이 가장 오래 간직한 편지나 메시지를 떠올려 보자.
객석에서 편지 한 통이 읽힐 때마다, 내 기억 속 누군가의 글씨가 겹쳐 보일 수 있다. 셋째, 만 13세 이상이라는 관람 연령을 확인하고 동행을 정하자. 가족과 함께 볼 때는 어른과 청소년이 같은 장면에서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어 대화거리가 많이 생긴다.
공연이 끝난 뒤에 해 볼 만한 일도 있다. 오래 연락이 끊긴 사람에게 짧은 안부를 보내 보는 일이다. 편지가 주인공인 연극을 보고 나서 정말 한 통을 쓰게 되는 관객이 적지 않을 것이다. 두세 줄이면 충분하다. 답장이 오든 오지 않든, 쓰는 동안 이미 그 사람과 다시 이어진 것이니 결과를 따지지 않아도 괜찮다.
- 더뮤지컬, 「최수종·하희라 부부, 데뷔 후 첫 공동무대…연극 <러브레터>로 11월 관객 만난다」, https://www.themusical.co.kr/News/Detail?num=14760
- KOPIS(공연예술통합전산망), 「러브레터」 공연 상세, https://www.kopis.or.kr/por/db/pblprfr/pblprfrView.do?mt20Id=PF303036
- Wikipedia, 「Love Letters (play)」, https://en.wikipedia.org/wiki/Love_Letters_(pl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