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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타임26.09.108분 읽기

1994년의 만화가 32년 만에 무대로, 뮤지컬 <남벌>이 10월 초연에서 건네는 질문

만화 원고와 펜촉이 놓인 극장 백스테이지 작업대 · Artwork by 혜화동
원 출처
더뮤지컬

1994년 100만 부 신드롬을 일으킨 만화 <남벌>이 32년 만에 뮤지컬이 되어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2026년 10월 23일부터 11월 14일까지 티켓링크 1975씨어터에서 열리는 초연이다. 원작을 기억하는 독자에게는 반가운 소환이고,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낯선 이야기다.

01원작 <남벌>은 어떤 만화인가

<남벌>은 이현세 작가가 그린 만화다. 100만 부 이상이라는 판매 수치는 보도에 적힌 숫자로, 한 번 독자를 모았던 이야기라면 극장에도 객석을 채울 힘이 있으리라는 제작진의 기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만큼 원작을 기억하는 관객의 눈이 무대에 모일 것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에너지 위기로 국제 정세가 급변한 상황이다. 그 속에서 억류된 2천여 명을 둘러싼 사건이 벌어진다. 위기의 한가운데에 평범한 사람들이 던져진다는 구조가 이야기의 뼈대다. 주인공 오혜성은 도쿄 밑바닥의 무법자였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특전사로 거듭나고, 지켜야 할 사람을 위해 전장에 뛰어든다.

눈여겨볼 대목은 오혜성의 변화가 출세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라는 점이다. 무법자의 주먹과 특전사의 총은 같은 힘이지만, 지켜야 할 사람이 생긴 뒤에야 그 힘이 가야 할 곳을 얻는다. 만화가 컷 사이의 침묵으로 보여 주던 이 전환을 뮤지컬은 한 곡의 노래로 압축해야 한다. 그 노래가 어디에 놓이는지가 이번 공연의 첫 번째 시험대다.

원작의 오혜성은 재일교포로, 최엄지는 그의 재일교포 소꿉친구로 나온다. 원작을 읽은 독자라면 무대에서 이 설정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확인해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도쿄 밑바닥에서 자란 재일교포 청년이 대한민국의 특전사가 되어 전장에 선다는 궤적은 정체성이 방향을 바꾸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법자에서 특전사로의 변화가 어느 나라의 이름 아래에서 이뤄지는지가 인물의 선택에 무게를 싣는 장치가 된다.

원작은 영화화가 시도됐으나 실제 기획 단계까지 이르지 못하고 무산됐다. 후속 만화 <북벌>은 야설록 작가가 이었지만 반향은 크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름값이 컸던 이야기도 다른 형식으로 옮겨 가는 길이 순탄하지 않았다는 이력이다.

뮤지컬 남벌 공식 소개 이미지, 정글 속에 서 있는 주인공의 실루엣
뮤지컬 남벌 공식 소개 이미지, 정글 속에 서 있는 주인공의 실루엣 · KOPIS 공연예술통합전산망

그런 만큼 이번 뮤지컬화는 원작이 오랜 시간 뒤에 얻은 새로운 기회이고, 영화에서 이루지 못한 확장을 무대에서 이어 가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02누가 무대에 서는가

캐스팅은 이렇다. 오혜성 역은 오종혁과 선율이, 최엄지 역은 박소은과 이재림이 맡는다. 카오루 역은 김민철과 정시욱, 백두산 역은 이종영, 긴지 역은 표근률이 출연한다. 이 밖의 배역은 예매처의 캐스팅 안내에서 확인하면 된다.

주인공 한 사람이 아니라 최엄지, 카오루, 백두산, 긴지까지 이름이 붙은 인물이 줄지어 있다는 점은 이 작품이 영웅의 독무대보다 여러 인물이 부딪히는 이야기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전장에서 인물들이 서로를 어떻게 부르고 어떤 노래로 맞서는지가 무대의 밀도를 정할 것이다.

주인공 오혜성이 두 배우로 나뉜다는 점은 이번 공연의 선택지다. 같은 인물이 도쿄의 밑바닥에서 특전사로 바뀌는 과정을 오종혁과 선율이 각기 다르게 보여 줄 것이다. 한 인물의 변화를 그리는 이야기에서는 변화의 방향뿐 아니라 시작점이 어디냐에 따라 감정이 달라진다. 두 배우의 해석을 모두 보고 싶다면 날짜를 나눠 예매하는 방법이 있다.

최엄지 역도 두 배우로 나뉘니 오혜성과의 조합은 모두 네 가지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감이 조합마다 달라질 수 있어서, 같은 장면이 더 가깝게 혹은 더 아슬아슬하게 읽힐 수 있다. 어느 조합이 맞는지는 정답이 없으니, 먼저 마음이 가는 배우 한 명을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러닝타임과 회차별 캐스팅은 판매처 상품 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귀가 시간을 맞춰야 하는 관객이라면 예매 전에 먼저 보자.

03포스터로 미리 읽는 분위기

공개된 캐릭터 포스터는 이 작품이 어떤 결의 무대가 될지 짐작하게 해 준다. 흰 배경 위에 인물의 얼굴 절반만 크게 담고, 한 줄짜리 문구와 붉은 제목을 얹은 구성이다. 오혜성 포스터에는 반드시 살아 돌아온다, 지옥의 사신이 되리라 같은 문구가 보이고, 인물마다 다른 한 줄이 붙어 있다.

땀과 상처가 그대로 드러난 얼굴은 이 이야기가 전장의 긴장 속에서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 준다. 얼굴을 절반만 담은 구도는 인물의 한쪽 면만 보여 주고 나머지는 무대에서 채우겠다는 약속처럼 읽힌다. 도쿄의 무법자와 특전사라는 오혜성의 두 얼굴이 한 장의 포스터에 겹쳐 있다고 보는 것도 가능하다.

뮤지컬 남벌 공식 소개 이미지의 출연진 소개 부분
뮤지컬 남벌 공식 소개 이미지의 출연진 소개 부분 · KOPIS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인물마다 한 줄씩 다른 문장을 맡긴 방식은, 이 작품이 여러 인물의 목소리가 부딪히는 이야기라는 점을 짐작하게 한다. 극장에 가기 전에 포스터의 문구를 한 번 읽어 두면, 공연에서 그 문장이 어느 장면에 해당하는지를 찾아보는 작은 재미가 생긴다.

04만화를 무대로 옮길 때 눈여겨볼 세 가지

만화 원작 뮤지컬을 볼 때는 세 가지를 눈여겨보면 즐거움이 커진다. 첫째는 압축이다. 단행본으로 여러 권에 걸쳐 이어지는 이야기를 몇 시간 안에 담으려면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지 선택해야 한다. 어떤 에피소드가 무대에 올랐는지를 보면 만든 사람들이 원작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는지 읽을 수 있다.

둘째는 인물의 얼굴이다. 만화 속 인물은 이미 독자의 머릿속에 이미지가 있다. 배우가 그 이미지를 얼마나 닮느냐보다 얼마나 새로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셋째는 규모감이다. 억류된 2천여 명을 구출하는 이야기는 큰 사건인데, 무대에서는 공간과 인원의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연출과 음악이 어떻게 메우는지를 보는 것이 공연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이 세 가지는 어느 만화 원작 공연에도 통하는 기준이다. 특히 규모감은 소극장과 중극장을 가르는 질문이기도 하다. 전장을 보여 줄 수 없는 무대는 소리와 조명, 배우의 호흡으로 전장을 상상하게 해야 하고, 그 상상을 객석이 얼마나 기꺼이 받아들이느냐가 공연의 성패를 가른다. 막이 오르면 이 세 가지 기준으로 공연을 평가해 보고, 가까운 사람과 서로의 점수를 맞춰 보자.

05지금 왜 <남벌>인가

공연 시장에서 만화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이미 낯설지 않다. 그런데 이번 소식이 눈에 띄는 이유는 원작의 연도에 있다. 1994년의 종이 만화가 웹툰이 아니라 오래전 독자의 기억 속 작품으로 무대에 올라온다.

원작이 종이책으로 읽히던 시절의 독자와 웹툰으로 만화를 접한 세대가 같은 객석에서 만난다는 점이 이 공연의 독특한 지점이다.

이야기의 구조만 놓고 보면 오늘의 관객에게도 닿을 만한 지점이 있다. 에너지 위기로 국제 정세가 흔들리고, 평범한 삶을 살던 사람이 갑자기 거대한 사건의 한복판에 놓이는 설정은 지금 읽어도 낯설지 않다. 이야기가 특정 시대의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위기 앞에서 개인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은 시대를 넘어 읽힌다.

뮤지컬 남벌 공식 소개 이미지의 카오루 역 출연진 소개 부분
뮤지컬 남벌 공식 소개 이미지의 카오루 역 출연진 소개 부분 · KOPIS 공연예술통합전산망

1994년의 독자가 이 이야기를 가상의 위기로 읽었다면, 지금의 관객은 에너지와 국제 정세가 일상의 뉴스가 된 시대에 같은 장면을 훨씬 가까이에서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06혜화동의 시선, 두 세대가 한 객석에 앉는 공연

혜화동이 이 소식에서 눈여겨보는 것은 객석의 풍경이다. 원작을 기억하는 관객은 인물과 장면을 이미 알고 극장에 온다. 기대와 비교의 마음이 겹친 시선이다. 처음 접하는 관객은 아무것도 모른 채 이야기를 만난다. 한 객석에 서로 다른 출발점의 관객이 함께 앉는 셈이다.

원작이 얼마나 오랫동안 소환될 힘을 가졌는지는 이 객석의 풍경으로 드러날 것이다. 공연이 끝난 뒤 로비에서 어느 쪽 관객이 먼저 입을 떼는지, 원작 팬의 한마디에 처음 온 관객이 얼마나 귀를 기울이는지를 보는 것도 이 공연의 숨은 재미다.

32년 전의 작품을 무대로 가져온다는 결정은 원작이 아직 이야기할 것이 남아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그 판단이 맞았는지 확인하는 일은 이제 극장에 가는 관객의 몫이다. 초연 무대에서 확인할 것은 완성도 이전에 이 이야기가 아직 객석을 움직이는가 하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다.

30년을 넘긴 이야기가 노래를 입고 다시 서는 것이니, 낯선 장면에 대한 호기심도 원작에 대한 애정만큼 값지다.

07보러 가기 전에

공연 기간이 3주 남짓으로 짧은 초연이라, 보고 싶은 날짜와 배우가 있다면 일찍 예매하는 편이 좋다.

원작을 읽은 적이 없다면 줄거리 소개 정도만 훑고 가도 충분하다. 원작을 읽은 독자라면 좋아하던 장면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하며 보자. 모든 장면이 같을 필요는 없고, 달라진 부분에 연출의 의도가 숨어 있다. 공연을 본 뒤에는 원작과 무대 중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남았는지 정리해 보자. 그 답이 같은 이야기를 어느 형식으로 만나고 싶은지를 알려 줄 것이다.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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