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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타임26.09.189분 읽기

누가 이 만찬의 값을 치르는가, 영국 희곡 <포쉬>가 11월 대학로로 가져오는 질문

포쉬 공연 기사에 실린 사진 1 · 사진 제공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원 출처
더뮤지컬

고급 펍의 비공개 만찬방에 옥스퍼드 엘리트들이 모인다. 이들은 방탕하고 사치스러운 밤을 계획하고, 그 밤의 끝에서 자신들이 당연하게 누려 온 특권에 값이 붙는다. 영국 극작가 로라 웨이드의 희곡 <포쉬>가 2026년 11월 3일 대학로 더굿씨어터에서 한국 관객을 처음 만난다. 공연은 2027년 1월 24일까지 이어진다.

이 작품이 국내에서 눈길을 끄는 이유는 소재가 낯설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낯설지 않아서다. 영국 최상류층의 사교클럽을 풍자한 희곡인데, 계층과 인맥이 기회를 좌우한다는 감각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한국 관객은 이 이야기를 남의 나라 풍자로 볼까, 우리 이야기로 읽을까. 그 질문이 이 공연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다.

01이번 한국 초연의 기본 정보

공연 기간은 2026년 11월 3일부터 2027년 1월 24일까지이고, 장소는 대학로 더굿씨어터다. 러닝타임은 1시간 50분, 관람 연령은 만 16세 이상이다. 작품의 제작과 기획은 더블케이 필름 앤 씨어터, 곧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인터미션 여부와 회차별 일정은 예매처에서 확인하면 된다.

관람 연령이 만 16세 이상인 것은 소재가 술과 방탕, 권력과 위선이어서 성인 관객을 염두에 둔 구성이기 때문이다. 학생 단체나 가족 단위로 관람을 계획하고 있다면 연령 기준부터 확인하자. 처음 가는 관객은 편안한 마음으로 웃다가 어느 지점에서 불편해지는 공연이라고 예상해 두면 좋다.

티켓 가격은 일반석 66,000원, 시야제한석 30,000원으로 안내돼 있다. 날짜와 회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예매 전에 판매처에서 한 번 더 확인하자. 시야제한석은 일반석의 절반 아래 가격이라, 이 작품이 어떤 분위기인지 먼저 맛보고 싶은 관객에게 부담을 덜어 주는 선택지다. 가려지는 정도는 좌석 위치에 따라 다르니 예매 화면의 좌석 안내를 보고 고르면 된다.

회차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저녁 8시, 토요일 오후 3시와 7시, 일요일과 공휴일 오후 2시와 6시다. 평일 관람은 저녁 8시 한 회로 모이니 퇴근 후 일정에 맞추기 좋고, 주말에는 낮 회차와 저녁 회차가 모두 있어 공연을 보고 식사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코스를 짜기 좋다.

만찬이 소재인 작품을 본 날의 식사는 평소와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시간표는 회차가 바뀔 수 있으니 날짜를 정한 뒤 판매처에서 마지막으로 확인하자.

02한 편의 희곡이 걸어온 길

<포쉬>는 영국 극작가 로라 웨이드의 작품이다. 2010년 4월 런던의 로열코트시어터에서 처음 상연됐다. 이후 2012년에는 웨스트엔드의 듀크 오브 요크 극장에서 다시 무대에 올랐다. 두 프로덕션 모두 다수의 매체가 호평을 보냈다.

포쉬 공연 기사에 실린 사진 2
포쉬 공연 기사에 실린 사진 2 · 사진 제공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한편 결말이 설득력이 약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칭찬하는 평과 아쉬움을 짚는 평이 함께 있다는 점은, 이 작품의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객마다 갈릴 수 있다는 힌트가 된다.

작품은 2011년 이브닝 스탠더드 시어터 어워즈 최우수 신작 부문과 시어터고어스 초이스 어워즈 후보에도 올랐다. 초연 이듬해 영국 연극계의 주요 시상식 후보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는 사실은, 이 작품이 단순한 화제작을 넘어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는 근거가 된다.

2014년에는 이 희곡이 영화 <The Riot Club>으로 옮겨졌다. 감독은 로네 셰르피그가 맡았다. 같은 이야기를 연극으로 한 번, 영화로 한 번 만난 관객이 있다면 이번 한국 초연은 세 번째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나는 기회가 된다.

영화를 본 적이 있다면 무대에서 같은 장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먼저 보지 않아도 된다. 연극은 하나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 아는 것이 없어도 긴장감을 따라가는 데 문제가 없다.

03라이엇 클럽이라는 이름의 거울

작품에 등장하는 사교클럽의 이름은 라이엇 클럽이다. 이 클럽은 옥스퍼드대학교에 실존하는 엘리트 사교클럽인 불링던 클럽을 허구화한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갈 점이 있다. 작품이 실존 단체를 모델로 삼았다고 해서 작품 속 인물이 실제 인물과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허구의 클럽이라는 장치를 통해 특정 집단이 아니라 특권이라는 구조 자체를 비추는 작품으로 보는 편이 맞다. 허구의 이름은 풍자의 안전장치이면서 확대경이기도 하다. 실존 단체를 직접 겨누지 않는 대신 특권이 작동하는 방식만 또렷하게 남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객은 인물 개인을 미워하기보다 그들이 앉아 있는 구조를 보게 된다.

원작 희곡의 등장인물은 14명이다. 열 명 남짓한 인물이 한 공간에서 밤새 얽히는 구조라 인물 한 명 한 명의 말버릇과 눈치가 작품의 질감을 만든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옥스퍼드의 비밀 사교클럽 만찬을 배경으로, 엘리트들이 누려 온 특권과 그 대가를 함께 보여 준다.

KOPIS에 등록된 포쉬 공연 소개 이미지 상단
KOPIS에 등록된 포쉬 공연 소개 이미지 상단 · KOPIS 공연 소개 이미지

밤의 소동이 커질수록 웃음은 점점 쓴맛을 띤다. 유쾌하게 시작한 만찬이 어느 순간 누군가의 몫으로 값을 치러야 하는 상황으로 번진다. 관객이 웃으면서도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처음에는 풍자의 대상이 멀게 느껴지다가, 어느새 우리 사회에서 비슷한 장면을 떠올리게 되는 구조다.

04번역된 특권을 읽는 법

영국의 사교클럽 이야기를 한국어 무대에서 보는 일에는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다. 옥스퍼드라는 이름과 클럽의 전통이 한국 관객에게는 선명한 배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클럽의 구체적인 내력을 외우려 하기보다, 이들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누가 먼저 말을 꺼내는지, 누구의 농담에 모두가 웃는지, 웃지 않는 사람은 누구인지를 보면 이 집단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금세 보인다.

한국 관객이 이 작품을 자기 이야기로 옮겨 읽는 길도 있다. 학연이나 지연, 가문처럼 우리 사회에서도 기회를 가르는 요소는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작품이 제시하는 질문은 영국의 클럽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특권을 누리는 사람이 스스로 그 사실을 얼마나 의식하는지, 그리고 그 값을 치르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지를 묻는다.

극장에서 이 질문을 받으면 각자 다른 장면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보고 나서 떠오른 장면을 같이 간 사람과 나눠 보면, 같은 공연이 서로 다른 이야기로 남는다는 점도 발견할 수 있다. 누군가는 만찬의 주인을, 누군가는 그 밤의 계산서를 받아 든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0535인 캐스팅이 보여 주는 것

이번 한국 공연은 전 배역을 더블 또는 트리플로 나눠 총 35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한 작품에서 이렇게 많은 배우가 관객을 만나는 일은 흔하지 않다. 주요 배우로는 크리스, 케이트 역에 김평조와 송희정, 가이 역에 차현성, 박서후, 이소영 등이 이름을 올렸다. 전체 캐스팅은 예매처의 캐스팅 안내에서 확인하면 된다.

더블이나 트리플 캐스팅은 관객에게 선택지가 많다는 뜻이다. 같은 장면도 어떤 배우가 서느냐에 따라 인물의 온도와 말투가 달라진다. 좋아하는 배우가 있다면 그 배우의 회차를 고르고, 특별히 응원하는 배우가 없다면 두 번 이상 보면서 해석의 차이를 비교해 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재관람의 이유가 분명하다. 가이 역에 세 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는 점에서 보듯, 한 인물의 오만이 어떤 몸을 입느냐에 따라 웃음의 결이 달라진다. 오만한 인물을 능청스럽게 그리는 배우와 서늘하게 그리는 배우를 비교하는 일이 이 공연의 숨은 재미다.

KOPIS에 등록된 포쉬 공연 소개 이미지 하단
KOPIS에 등록된 포쉬 공연 소개 이미지 하단 · KOPIS 공연 소개 이미지

신인과 중견 배우가 폭넓게 무대에 설 기회를 만든다는 점도 이 구성의 의미다. 작품 바깥의 이야기이지만, 한 작품이 많은 배우에게 자리를 나눠 준다는 것은 대학로 공연 생태계에 건강한 신호이기도 하다.

06혜화동의 시선, 그리고 관람 포인트

혜화동은 이 작품이 지금 한국 무대에 오르는 타이밍에 의미를 둔다. 상류층 자제들의 특권의식과 위선을 풍자한 영국 희곡이지만, 계층과 인맥이 기회를 좌우한다는 감각은 한국 관객에게도 낯설지 않다. 풍자가 효과를 내려면 관객이 자기 일처럼 느끼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

<포쉬>는 그 지점을 영국의 옥스퍼드라는 먼 무대에서 출발해 한국 관객의 일상 가까이로 끌어오는 작품이다. 2010년 런던에서 시작한 풍자가 16년 뒤 서울의 소극장에서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 된다는 사실이 씁쓸하면서도 흥미롭다.

특권은 시대와 국경을 바꿔 가며 같은 모양으로 반복되기 때문이다. 웃음이 터지는 순간마다 객석이 누구 편에 앉아 있는지를 스스로 묻게 되는 것도 이 작품이 가진 불편한 장점이다.

관람 포인트를 세 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 처음 웃음이 나오는 장면과 웃음이 멈추는 장면이 어디인지 주목해 보자. 이 작품의 힘은 그 사이의 간격에 있다. 둘째, 여러 인물이 한 공간에서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자.

같은 클럽 안에서도 위계가 있고, 그 위계가 대사의 높낮이로 드러난다. 셋째,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미리 정하지 말고 극장에 가자. 영국 공연 평에서도 결말에 대한 의견이 갈렸으니, 보고 나서 같이 간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가장 좋다.

시간표를 보고 마음에 드는 회차를 골랐다면, 이제 극장에서 만찬의 값을 누가 치르게 되는지 직접 확인하는 일만 남았다.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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