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겨울에도 무인도는 열려 있다: 13년을 버틴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다시 보여 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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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뮤지컬
대학로에서 한 작품이 열세 해를 이어 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유행이 빠르게 바뀌고, 신작은 매달 쏟아지고, 객석은 늘 새로운 것을 찾는다. 그 한가운데에서 창작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아홉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2013년에 첫 막을 올린 뒤 올해로 13년째이다. 이번 시즌은 11월 24일부터 2027년 3월 1일까지 NOL 유니플렉스 1관에서 이어진다. 오래 살아남은 작품이 무엇으로 버텨 왔는지가 이번 시즌의 가장 큰 볼거리이다.
01이번 시즌의 기본 정보
2026년 11월 24일에 개막해 2027년 3월 1일까지 석 달이 넘게 공연한다. 장소는 NOL 유니플렉스 1관이다. 제작은 연우무대가 맡았고, 포스터에는 연우무대 50주년 기념공연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극단의 반세기 이력 위에 이 작품이 놓여 있다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하다. 러닝타임과 관람 연령은 아직 공개 전이니, 예매처 상세 안내가 열리면 가장 먼저 확인하자.
직전 시즌은 2024년 11월 26일부터 2025년 3월 3일까지 유니플렉스에서 공연을 마쳤다. 이번 시즌과 나란히 놓으면 두 시즌 모두 늦가을에 개막해 겨울을 지나 3월 초에 닫는 일정이다. 이 작품이 겨울마다 돌아오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고, 그 리듬에 맞춰 해마다 겨울 공연을 챙겨 보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기간이 길다는 점은 관객에게 선택지를 준다. 개막 직후의 열기를 피하고 싶다면 12월 이후나 연초의 평일을 노릴 수 있다. 연말 모임과 겨울방학이 겹치는 때에는 주말이 빨리 찰 수 있으니, 같이 갈 사람이 정해졌다면 일정을 먼저 잡아 두길 권한다.
02무인도에서 만난 두 쪽의 사람들
이야기의 배경은 1952년 한국전쟁이다. 무인도에 표류한 남북한 병사들이 서로를 적이 아닌 같은 처지의 인간으로 마주하게 된다. 분단과 이념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작품은 유머와 음악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열세 해 동안 대학로에서 이 작품이 이어진 배경에는 그 접근 방식이 있다.

이 설정이 오래 통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렇다. 총을 든 두 쪽의 사람이 외딴 섬에 같이 갇히는 순간, 이념은 일단 밀려나고 먹고 자고 살아남는 일이 앞에 놓인다.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같은 처지라는 사실이 서로를 바꿔 놓는 이야기이다.
관객은 웃다가 어느 순간 웃음의 대상이 달라졌다는 걸 알게 된다. 무거운 주제를 처음부터 무겁게 꺼내지 않는 방식이어서, 평소 분단 소재를 부담스러워하던 관객도 문턱이 낮다.
03이번 시즌의 얼굴들
이번 시즌에는 조성윤, 강기둥 등 기존 배우진에 신규 배우들이 합류한다. 역할별 명단은 이렇게 소개된다. 한영범 역은 조성윤, 강기둥, 정욱진, 유현석이다. 류순호 역은 김리현, 류동휘, 홍기범이다. 이창섭 역은 양승리, 장지후, 김세환이다.
신석구 역은 임준혁, 임진섭, 곽다인이다. 조동현 역은 김대웅, 황두현, 김성현이다. 변주화 역은 서동진, 장재웅, 김재민이다. 여신 역은 한보라, 최서연, 강지혜이다. 일곱 개 역에 스물두 명이 이름을 올린 셈이고, 제목에 이름이 걸린 여신도 한 사람의 배역으로 무대에 선다.
역마다 세 명 안팎의 배우가 배정되어 있으니 회차별 출연 정보는 예매처에서 확인하자. 오래 이어진 작품에서는 배우진의 순환이 중요하다. 기존 배우가 남아서 작품의 호흡을 지키고, 새 배우가 들어와 같은 역에 다른 결을 보탠다.
이전 시즌을 본 관객이라면 이번에는 새로 들어온 배우의 회차를 골라 같은 장면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해 보자. 처음 보는 관객은 기존 배우의 회차로 시작해 원형을 먼저 보는 방법이 있다.
04오래 살아남은 작품의 이력서
포스터에는 이 작품이 2011 CJ AZIT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선정작이고, 제19회 한국뮤지컬대상 극본상 수상작이라고 적혀 있다. 창작 단계에서 이야기의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극본의 완성도로도 평가받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2011년에 선정작으로 뽑히고 2013년에 초연을 올렸으니, 무대에 서기까지 두 해의 개발 기간이 있었던 셈이다. 오래 가는 창작 뮤지컬은 대개 음악이나 무대보다 이야기의 뼈대가 단단하다. 선정과 수상은 시작점을 알려 줄 뿐이고, 13년을 버티게 한 것은 시즌마다 객석이 내린 평가이다.

이력서에는 극장 이야기도 들어간다. 이전 시즌 보도 사진에는 2024년 12월 대학로 공연 무대가 남아 있고, 2019년에는 수원 공연 사진도 있다. 대학로 바깥의 극장으로도 건너갔던 작품이라는 뜻이다. 극장과 배우가 바뀌어도 이야기의 뼈대가 이 작품을 같은 작품으로 지켜 주었다.
05런던으로 건너가는 영어판
이 작품에는 새로운 소식도 하나 더 있다. 영어판이 런던의 차링크로스 시어터에서 쇼케이스를 열었고, 현지 배우 여섯 명의 캐스팅이 공개됐다. 조조 메러디스, 잰더 팽, 로렌스 모스먼, 클로이 사라코, 조 톰슨-우바리, 잭 오프레시오이다.
영어판은 2027년 영국 본공연 개발을 목표로 하며, 연출은 브로나 라간, 음악감독은 콜름 오리건이 맡아 개발에 참여한다. 쇼케이스 사진은 연우무대와 아이러브스테이지 런던이 제공했다. 영국 본공연은 아직 목표 단계이다.
그렇다고 이 소식이 가볍지는 않다. 분단이라는 한국의 이야기를 영어로 옮겨 놓았을 때 무엇이 남고 무엇이 달라지는지는 한국 관객에게도 흥미로운 질문이다. 같은 이야기를 한국어로 먼저 본 관객이라면, 영국 관객이 어떤 장면에서 웃을지 상상해 보는 즐거움이 있다.
한국에서 13년을 버틴 이야기가 다른 언어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좋은 소식이 나오면 혜화동이 이어서 전하겠다.
06처음 가는 관객이 자주 하는 세 가지 걱정
오래된 작품일수록 처음 가는 관객에게는 낯선 벽이 생긴다. 자주 나오는 걱정을 세 가지로 모아 답해 본다.
첫째, 분단 이야기라 무겁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시작부터 눈물을 요구하는 작품이 아니다. 유머와 음악이 무게를 덜어 주니, 가볍게 웃을 마음으로 들어가도 괜찮다. 웃음 뒤에 남는 장면은 각자 다르게 찾아온다.

둘째, 시즌이 많이 지났는데 이제 와서 보는 의미가 있을까 하는 걱정이다. 시즌이 쌓였다는 것은 이 작품이 매번 극장으로 다시 불려 나왔다는 뜻이다. 이야기가 낡았다면 불리지 않았을 테니, 처음 가는 자리에서 어색할 이유가 없다.
셋째, 어느 배우의 회차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걱정이다. 정답은 없다. 이 작품은 역마다 여러 배우가 번갈아 서는 구조라서, 어느 회차를 가도 작품의 중심은 같다. 취향이 아직 없다면 날짜가 맞는 회차를 고르고, 마음에 들었다면 다음엔 다른 배우로 한 번 더 가는 방식이 가장 쉽다.
07극단의 반세기 위에 선 작품
포스터가 연우무대 50주년 기념공연이라고 밝힌 점도 이번 시즌의 특징이다. 오래된 극단이 기념의 자리에 이 작품을 내놓았다는 건, 극단이 이 작품을 대표작처럼 여긴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번 시즌은 새로운 시도보다 오래 다듬어 온 작품의 완성형을 확인하는 자리로 가면 좋다.
대학로에서 극단의 이력과 작품의 이력이 겹쳐 보이는 일은 흔치 않다. 오래된 극단은 오래된 레퍼토리를 가지고, 레퍼토리는 극단의 얼굴이 된다. 이 작품을 본 뒤 극단 이름을 한 번 기억해 두면, 다음에 대학로에서 같은 이름의 공연을 만났을 때 반가움이 생긴다. 공연을 고르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한 번 좋았던 곳의 이름을 기억하는 일이다.
08혜화동의 시선: 스테디셀러가 대학로에 남기는 것
대학로의 공연은 대부분 한 시즌으로 끝난다. 그 속에서 아홉 번째 시즌을 맞는다는 건 작품이 관객 안에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다. 이런 작품은 처음 오는 관객에게 안전한 선택이 된다. 취향이 맞을지 모르겠다면 오래 살아남은 작품을 한 편 골라 보는 것은 합리적인 방법이다.
이 작품은 웃음으로 시작해서 마음에 남는 한 장면으로 끝나는 쪽에 가깝다. 사전 정보를 많이 찾지 않고 가도 괜찮다.
한 가지 팁을 전한다. 이 작품을 보고 난 뒤에는 같은 소재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는 대신, 같은 연우무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자. 반세기를 이어 온 극단의 결이 이 작품에서만 드러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동행과 함께 갔다면 공연이 끝난 뒤 가장 웃었던 장면과 가장 조용해진 장면을 서로 말해 보자. 두 장면이 다르다면 그 사이에 이 작품이 있다.
- 더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9번째 시즌으로 11월 돌아온다」, https://www.themusical.co.kr/News/Detail?num=14758
- 더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영어판 런던 쇼케이스 관련 보도」, https://www.themusical.co.kr/News/Detail?num=14752
- KOPIS(공연예술통합전산망), 「여신님이 보고 계셔」 직전 시즌 공연 기록, 공연 코드 PF2513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