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서 런던, 오프브로드웨이를 거쳐 브로드웨이로, 연극 <다운스테이트>가 8년 만에 닿은 부스 시어터

- 원 출처
- Playbill
토니상을 받은 극작가 브루스 노리스의 연극 <다운스테이트>가 브로드웨이 첫 공연 일정을 이틀 늦췄다. 10월 17일이던 첫 프리뷰가 10월 19일로 옮겨졌고, 11월 15일 개막과 2027년 1월 10일 폐막은 그대로이다.
일정이 이틀 밀렸다는 소식은 작은 뉴스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2018년 시카고에서 시작해 8년 만에 브로드웨이에 도착한 작품의 긴 여정이 있다.
01첫 프리뷰는 이틀 뒤로, 개막일은 그대로
바뀐 일정부터 보겠다. 브로드웨이 첫 프리뷰는 10월 17일에서 10월 19일로 이틀 연기됐다. 연기의 사유는 출연진의 질병이다. 작품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두자. 중요한 점은 공식 개막이 11월 15일로 유지됐다는 것이다.
프리뷰는 평단에 공개하기 전 관객 앞에서 연출을 다듬는 기간이다. 그 기간이 이틀 줄었어도 개막일을 지켰다는 것은, 제작진이 전체 일정을 흔들지 않고 출연진의 회복을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공연장은 부스 시어터이고, 2027년 1월 10일까지 한정 기간으로 운영한다. 정해진 기간만 올리는 한정 공연은 개막 직후의 평과 객석 반응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기 쉬운 구조다. 이미 10월 17일 프리뷰 표를 갖고 있다면 예매처의 변경 안내를 먼저 확인하고, 새 날짜가 맞지 않으면 개막 이후 공연으로 옮길 수 있는지 문의해 보자.
02이야기의 줄기, 중간집에서 만나는 사람들
작품은 일리노이의 한 중간집을 배경으로 한다. 이곳에서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네 남성이 함께 지내고 있다. 어느 날 이들의 피해자 중 한 명이 이들과 대면하기 위해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움직인다.
소재가 무겁고 불편하다는 점은 숨기지 않고 말해야 한다. 장면의 자세한 묘사는 하지 않고, 줄거리도 여기까지만 전한다.
다만 이 작품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공간에서 마주친다는 설정은 관객에게 쉬운 편들기를 허락하지 않는다. 2022년 오프브로드웨이 공연 당시 TheaterMania는 평에서 성범죄자에 대한 공감과 피해자에 대한 검증을 함께 짚었다.

공감과 검증이라는 두 단어가 한 문장에 놓인다는 사실 자체가 이 작품이 관객에게 요구하는 불편한 균형을 보여 준다.
이런 소재의 연극을 마주하기 전에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불편한 장면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가면 훨씬 차분하게 극을 따라갈 수 있고, 극장을 나온 뒤에 이야기를 곱씹는 시간도 얻게 된다. 이런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장면의 충격이 아니라 말과 말 사이에 놓인 질문이고, 대학로에서 사회적 소재의 연극을 봤던 분이라면 이 방식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같이 볼 사람이 있다면 공연 후에 이야기 나눌 시간을 미리 만들어 두는 것도 방법이다. 말하지 못한 불편함은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혼자 감당해야 하는 짐이 되기 쉽고, 한두 마디만 나눠도 그 무게가 훨씬 가벼워진다. 정말 힘든 장면이 있었다면 억지로 정리하려 하지 말고 천천히 걸으며 숨을 고르자.
03시카고, 런던, 뉴욕을 거쳐 온 8년
<다운스테이트>의 경로는 이렇다. 2018년 9월 20일부터 11월 18일까지 시카고의 스테픈울프 극장에서 세계 초연을 올렸다. 연출은 팸 맥키넌이었고, K. 토드 프리먼, 글렌 데이비스, 프랜시스 귀넌이 출연했다.
이 초연 이후 2019년 3월 12일부터 4월 27일까지 런던의 국립극장(National Theatre)에서 공연했고, 원래 출연진 대부분이 참여했으며 연출은 역시 맥키넌이었다.
뉴욕에는 2022년 오프브로드웨이의 플레이라이츠 호라이즌스를 통해 왔다. 2022년 10월 28일 프리뷰를 시작해 2023년 1월 7일까지 이어졌고, 이때도 맥키넌이 연출했다. 이 오프브로드웨이 초연은 대체로 호평을 받았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뉴욕 매거진과 벌처, 뉴욕포스트 등이 평을 냈다.
2025년에는 워싱턴 D.C.의 스튜디오 시어터에서 데이비드 뮤즈 연출로 공연이 이뤄지기도 했다. 맥키넌이 아닌 다른 연출가가 같은 희곡을 올렸다는 것은, 이 희곡이 특정 연출에 기대지 않고도 무대에 설 수 있다는 방증이다.
뉴욕 매체 가운데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뉴욕 매거진과 벌처, 뉴욕포스트가 모두 평을 낸 것도, 이 작품이 한 지역의 화제에 머물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수상 기록도 있다. 2023년에는 뉴욕 드라마 비평가 협회상에서 최우수 희곡상을 받았고, 2024년에는 오비 어워드 희곡 부문을 받았다. 2023년 루실 로르텔 상에서는 K. 토드 프리먼이 연극 주연상을 받았다.
수상의 결이 서로 다르다는 점도 볼 만하다. 비평가 협회상은 희곡 자체에, 오비 어워드는 이듬해 희곡 부문에, 로르텔 상은 배우의 연기에 돌아갔다. 글과 연기 양쪽이 인정받은 작품이 브로드웨이로 가는 것이다. 작가 브루스 노리스는 토니상 수상 작가이다.
이 경로가 보여 주는 것은 한 작품이 관객과 평단 속에서 다듬어지는 방식이다. 시카고의 큰 극단에서 시작해 런던 국립극장으로 건너갔다가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상을 받고, 마침내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는 과정은 한 번에 이뤄진 도약이 아니라 여러 도시에서 쌓은 결과이다.
세 번의 공연이 모두 맥키넌의 연출이었다는 점도 이 작품의 흐름을 이해하는 열쇠이다. 같은 연출가가 도시를 옮겨 가며 같은 희곡을 거듭 다듬었으니, 이번 브로드웨이에서 연출가가 바뀐다는 사실이 더 흥미로워진다.
04이번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을 만드는 사람들
이번 브로드웨이 무대의 연출은 토니상을 받은 조 맨텔로가 맡았다. 이전 프로덕션을 연출한 맥키넌과는 다른 사람이니, 같은 희곡이 새 연출가의 손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이번 공연을 보는 흥미로운 포인트이다. 무대는 스콧 패스크, 의상은 앤 로스, 조명은 헤더 길버트, 음향은 미칼 술레이만이 담당한다. 제작은 스콧 루딘과 배리 딜러가 맡았다.
출연진 구성도 눈여겨볼 만하다. 초연 때 무대에 올랐던 K. 토드 프리먼과 프랜시스 귀넌이 브로드웨이에도 그대로 합류한다. 새로 합류하는 배우는 캐시 벡, 에이드리언 마르티네즈, 알잘릴 맥기, 토머스 사도스키, 아이비 울크, 리자 콜론사야스 여섯 명이다.
2018년 시카고 초연에 섰던 두 배우가 이번에도 무대에 선다는 사실은 이 작품을 처음부터 지켜봐 온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일 것이다. 연출은 바뀌고 배우 두 명은 그대로 남았으니, 새 연출 아래에서 그 두 사람의 연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는 것도 이번 공연의 즐거움이다.
극장의 규모가 커지면 인물의 거리감도 달라지기 마련이라,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이 작품을 본 분이라면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05혜화동의 시선, 불편한 소재를 오래 다루는 힘
혜화동의 관점에서 이 소식이 흥미로운 이유는 소재의 무게를 받아 내는 방식에 있다. 대학로에도 사회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연극이 꾸준히 올라오고, 관객이 그런 작품을 찾는 이유도 같다. 불편한 질문을 극장 안에서 안전하게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운스테이트>의 8년은 그런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국경과 극장 규모를 넘어 계속 관객을 만난다는 증거이다.
또 하나는 개발의 과정이다. 한 극단에서 올린 초연이 다른 나라의 국립극장으로, 다시 비영리 극장을 거쳐 상업 극장으로 옮겨 가는 동안 희곡은 같은 사람들의 손과 새로운 사람들의 시선을 번갈아 만난다. 우리 창작극이 초연 이후 재공연과 지방 순회로 이어지며 다듬어지는 모습과도 닮았다.
한 번 올리고 끝나는 공연이 아니라, 여러 번 올리며 자라는 공연이 좋은 작품을 만든다는 점을 이 작품은 보여 준다. 무거운 소재일수록 처음부터 완성된 답을 내놓기보다 여러 객석의 반응을 받으며 균형을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불편한 질문을 8년 동안 놓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이력이다. 시카고에서 런던, 뉴욕, 워싱턴 D.C.까지 같은 질문이 다른 객석에서 되풀이해 던져졌고, 그때마다 관객은 자기 입장을 다시 따져 봐야 했다.
06개막까지 지켜볼 것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이다. 먼저 10월 19일에 시작되는 프리뷰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프리뷰 관객의 후기는 개막 전 작품의 온도를 가늠하는 단서가 된다. 두 번째는 11월 15일 개막 이후에 올라올 평이다.
오프브로드웨이에서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 브로드웨이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가 궁금하다. 마지막은 2027년 1월 10일까지 한정이라는 일정이다. 한정 공연이 연장되는지 아닌지는 반응의 가장 정직한 지표이다.
직접 보기 어려운 분들은 개막 후에 쏟아질 평과 수상 후보 소식을 기다려 보자. 평론의 핵심 문장이 한국어로 옮겨져 올라오면, 이어서 보태겠다. 지금 해외에서 이 작품이 어떤 방식으로 소화되고 있는지를 미리 알아 두면, 번역 공연이든 창작극이든 비슷한 소재의 작품을 볼 때 한결 깊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학로에서 비슷한 소재의 연극을 본 기억이 있다면 비교하며 읽어 보는 재미도 있다.
- Playbill, 「Downstate Delays 1st Broadway Preview」, https://playbill.com/article/downstate-delays-first-broadway-preview
- TheaterMania, 2022년 <다운스테이트> 평
- 위키백과, 「Downstate (pl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