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생존자 아버지와 아들, 배우 셋이 맞서는 6주 <더 스틸 맨>이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 오른다

- 원 출처
- Playbill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 가족의 오래된 상처를 정면으로 다루는 신작 연극이 찾아온다. 펭귄 렙 시어터가 제작하는 <더 스틸 맨>은 11월 3일 프리뷰를 시작해 11월 8일 개막하고, 12월 13일까지 맨해튼의 59E59 시어터스에서 한정 공연한다.
최근 출연진이 공개되면서 이 작품이 어떤 사람들의 손으로 무대에 오르는지 윤곽이 잡혔다. 해외 공연 소식은 "언젠가 한국에 오면 보자"로 끝나기 쉬운데, 이 작품은 소재와 규모 면에서 우리 소극장 관객이 가까이 느낄 만한 구석이 많다.
0159E59 시어터스에서 6주 남짓, 한정 공연으로 열린다
공연 일정부터 정리하면 이렇다. 프리뷰는 11월 3일에 시작하고, 공식 개막은 11월 8일이다. 막은 12월 13일에 내린다. 프리뷰 시작부터 폐막까지 따지면 6주 남짓한 기간이고, 처음부터 기간이 정해진 한정 공연이다.
연장 여부는 개막 이후의 반응에 달려 있겠지만, 지금 알려진 것은 이 일정이 전부이다. 해외 공연을 챙겨 보는 분이라면 이 날짜를 달력에 먼저 적어 두길 권한다. 한정 공연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다.
공연장인 59E59 시어터스는 뉴욕 맨해튼의 59 East 59th Street에 있는 비영리 극장이다. 공연 공간이 세 곳이고, 연중 오프브로드웨이 초연 작품을 선보이는 곳으로 소개된다. 2004년 이후 비영리 극단을 지원해 온 극장이라는 점도 이 극장의 성격을 잘 보여 준다.
큰 상업 극장이 아니라, 작품의 힘으로 승부하는 작품들이 모이는 자리라고 이해하면 된다. 우리로 치면 대학로의 중소 규모 극장에서 신작 연극이 차례로 올라오는 풍경과 닮았다.
티켓은 59E59 시어터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매한다. 날짜별 좌석은 공식 사이트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뉴욕 여행 일정이 11월 초에서 12월 중순 사이에 걸쳐 있다면, 일정표에 이 공연을 하나 넣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02아버지 레오와 아들 제이크, 두 세대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상처를 마주한다
<더 스틸 맨>은 극작가 캐리 기터가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이다. 중심에는 아버지 레오와 아들 제이크 겔러트가 있다. 레오는 헝가리계 유대인 홀로코스트 생존자이다. 그는 전쟁 중에 잃은 가족에 대한 복수심을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아들 제이크는 자신이 누구인지 찾아가는 한편, 아버지가 마침내 평화를 얻기를 바란다.
이 구도에서 눈여겨볼 점은 두 사람의 바람이 같은 방향이면서도 서로 어긋난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과거에 묶여 있고, 아들은 그 과거 때문에 자기 정체성을 더듬어 가야 하는 사람이다. 제이크가 바라는 "아버지의 평화"는 아버지에게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일 수 있다.

복수심이 곧 사라진 가족을 기억하는 방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작품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드는 이야기로 소개된다. 한 세대가 겪은 일이 다음 세대의 삶에 어떤 모양으로 남는지, 그리고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 곁에서 가족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 연극이다.
홀로코스트라는 소재는 무겁다. 다만 소개된 줄거리의 초점은 역사적 사건의 재현보다 그 사건이 한 가족의 일상에 남긴 흔적에 있다. 제목의 "스틸 맨(Steel Man)"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공연에서 알게 될 대목이다.
작품을 보기 전에 제목을 한 번 곱씹어 보고 가면, 극이 끝난 뒤에 나만의 답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생길 것 같다.
이런 가족극을 처음 접하는 분께는 이렇게 권하고 싶다.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려고 애쓰기보다,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장면마다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집중해 보자.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주고받는 말과 침묵을 따라가다 보면 줄거리의 세부를 몰라도 작품이 하려는 이야기에 닿을 수 있다.
03배우 셋과 창작진,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
출연진은 샘 건클러, 어맨다 크리스틴 니콜스, 레이턴 새뮤얼스, 세 명이다. 샘 건클러는 <더 개더링>과 <마이 네임 이즈 애셔 레브>에 출연한 이력이 있다. 어맨다 크리스틴 니콜스는 <쓰리 시스터즈>와 <더 힐스 오브 캘리포니아>에 섰다.
레이턴 새뮤얼스는 <쓰리 머스킷티어스>와 <더 맨 후 샷 리버티 밸런스>에 출연했다. 배역은 공연 전에 공식 안내가 나오는 대로 확인하면 된다.
배우가 세 명이라는 점은 그 자체로 이 공연의 성격을 말해 준다. 등장인물이 적은 연극은 한 사람 한 사람의 호흡과 시선이 무대를 이끌어 가게 마련이다. 대사가 오가는 사이의 침묵이 길어지고, 객석에서는 배우의 작은 표정 변화까지 읽힌다.
대학로에서 소극장 2~3인극을 본 분이라면 그 팽팽함을 알 것이다. 59E59 시어터스 같은 규모의 극장에서 이런 구성은 작품이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방식이기도 하다.

연출은 조 브란카토가 맡았다. 브란카토는 이 작품을 처음 무대에 올린 펭귄 렙 시어터의 창단 예술감독이다. 그러니까 작품을 만든 극단의 대표 연출가가 직접 맨해튼 무대까지 데려오는 셈이다. 무대미술은 크리스토퍼 스웨이더와 저스틴 스웨이더 형제가, 의상은 크리스천 플레밍이, 조명은 에드 매카시가 맡았다.
음악과 음향은 맥스 실버맨, 영상은 브라이언 파첼리가 담당한다. 소품은 버피 카도자, 캐스팅은 젠 할트먼, 무대감독은 아이작 골드먼이다.
창작진 목록에 영상 담당이 따로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홍보 이미지만 보아도 소파에 앉은 남자 뒤 벽면에 어린 소녀의 사진이 크게 투사된 장면이 나온다. 과거의 기록이 현재의 거실 한복판에 걸려 있는 이 그림은, 지나간 일이 지금 이 방 안에서 계속 살아 있다는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보여 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물론 홍보 이미지가 실제 무대의 모든 것을 말해 주지는 않으니, 이 부분은 참고만 해 두기 바란다.
04스토니 포인트에서 맨해튼으로, 이 작품이 걸어온 길
<더 스틸 맨>은 2024년 뉴욕주 스토니 포인트의 펭귄 렙 시어터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처음 무대에 올랐다. 이번 59E59 시어터스 공연은 그 초연 이후 이 작품이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무대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다.
펭귄 렙 시어터는 스토니 포인트의 Crickettown Road 7번지에 자리한 극단으로, 스스로를 "허드슨 밸리 하류 지역의 수상 경력 전문 극장"이라고 소개한다. 맨해튼에서 떨어진 지역 극단이 만든 작품이 뉴욕의 오프브로드웨이 극장으로 옮겨 오는 흐름은, 우리 쪽으로 옮겨 말하면 지방 극단의 창작 초연작이 대학로로 올라오는 경로와 비슷하다. 한 번 검증된 작품이 더 많은 관객을 만나러 이동하는 가장 건강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공연은 개막 전 단계라서 평은 아직 나올 수 없다. 개막 후에 평이 쌓이기 시작하면 그때 한 번 더 살펴보면 판단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그 전까지는 어떤 이야기이고 어디서 왔는지를 알고 가는 것만으로도 객석의 몰입이 달라진다.
05혜화동의 시선, 작은 극장의 가족극이 우리에게 건네는 것
혜화동이 이 소식에 눈길을 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규모와 형식이다. 배우 세 명이 작은 극장에서 가족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연극은 대학로 관객에게 익숙한 문법이다. 해외 작품이라고 해서 다른 세계의 일처럼 느낄 필요가 없다.
오히려 비슷한 규모의 극장에서 비슷한 형식의 작품이 전혀 다른 역사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둘째는 소재의 보편성이다. 홀로코스트라는 구체적인 역사가 배경이지만, 소개된 이야기의 뼈대는 "부모가 겪은 일이 자식의 삶에 남기는 그림자"이다. 우리에게도 전쟁과 분단, 급격한 산업화의 시간을 지나온 부모 세대와 그 이야기를 어렴풋이 들으며 자란 자식 세대의 관계가 낯설지 않다.
부모가 끝내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자식이 어떻게 받아 안을지는 어느 사회에서나 이어지는 질문이다. 이 작품을 통해 그 질문을 자기 가족의 이야기로 옮겨 보는 관객이 많을 것 같다.
셋째는 제작 경로이다. 지역 극단의 창작 초연이 비영리 극장의 기획으로 이어지는 모양은 우리 공연계가 앞으로 더 키워 가야 할 흐름이기도 하다. 성공 사례를 이름만 알고 지나치기보다, 어떤 극단이 어떤 방식으로 작품을 길러 내는지 지켜보는 것이 대학로 창작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06이 공연을 보려는 분들께
뉴욕에 갈 계획이 있다면 일정이 11월 3일부터 12월 13일 사이인지 먼저 확인해 보자. 프리뷰 기간에는 공식 개막 전이라 연출이 조정되는 경우가 있고, 개막 이후에는 반응이 정리되어 안정된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야기이다.
어느 쪽이든 장단이 있으니 일정에 맞는 날짜를 고르면 된다. 예매는 59E59 시어터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하고, 가격과 회차는 그곳의 안내를 기준으로 삼자.
직접 가기 어려운 분들은 개막 후 쌓이는 평과 관객 후기를 기다려 보자. 평이 좋으면 연장이나 다른 극장으로의 이전을 기대해 볼 수 있고, 작품의 윤곽이 더 선명해지면 이어서 보태겠다. 한국어 공연이 만들어질 가능성까지는 아직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해외 신작이 번역되어 우리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이런 첫걸음이 먼저 있어야 한다.
공연을 보기 전에는 이렇게 준비해 보기를 권한다. 홀로코스트와 유대인 이민 가정을 다룬 작품이라는 것만 마음에 담아 두고, 줄거리를 세세히 미리 읽지는 말자.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속에서 사실이 드러나는 순서가 이 연극을 보는 즐거움의 큰 부분일 가능성이 높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제목 "스틸 맨"이 무엇을 가리켰는지, 극장 로비에서 같이 본 사람과 한 번 이야기해 보자. 그 대화 하나가 이 공연을 훨씬 오래 기억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 Playbill, 「See Who's Starring in The Steel Man Off-Broadway」, https://playbill.com/article/casting-revealed-for-the-steel-man-at-59e59-theaters
- 59E59 시어터스 공식 홈페이지, https://www.59e59.org
- 펭귄 렙 시어터 공식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