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단은 외면했고 관객은 남았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브로드웨이 초연 55년을 건너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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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aybill
록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올해로 브로드웨이 초연 55주년을 맞았다. 1971년 10월 12일, 뉴욕의 마크 헬링거 시어터에서 막이 올랐다. 지금은 고전으로 불리는 작품이지만 첫 출발은 환영만 가득하지 않았다.
55주년을 기념한 Playbill의 회고 기사는 이 작품이 평단에서는 차가운 반응을 받았고, 그럼에도 대중과 무대 위에서 꾸준히 되살아났다는 흐름을 짚는다. 한 작품이 처음에 외면받고도 반세기를 건너온 이유가 무엇인지, 한국 관객에게는 이 작품이 어떻게 다가왔는지 함께 따라가 본다.
011971년 10월 12일, 마크 헬링거 시어터의 첫 막
작품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 두 창작자의 브로드웨이 데뷔작이다. 훗날 <에비타>를 비롯한 여러 작품을 함께 만드는 두 사람이 처음 뉴욕 무대에 선보인 이야기가 이 록 뮤지컬이었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1973년 6월 30일까지 이어졌고, 모두 711회 공연했다.
흥미로운 것은 브로드웨이 무대보다 앨범이 먼저 나왔다는 사실이다. 1970년에 발매된 콘셉트 앨범은 첫해에만 500만 장 넘게 팔렸다. 앨범에는 '아이 돈트 노 하우 투 러브 힘', '헤븐 온 데어 마인즈', '겟세마네' 같은 넘버가 담겼다.
이 앨범에서 예수 역은 이언 길런이, 유다 역은 머리 헤드가 노래했다. 객석에 앉기 전에 이미 목소리로 인물을 먼저 만난 관객이 많았다는 뜻이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이미 수백만 명이 노래를 듣고 있었으니, 이 작품은 콘셉트 앨범에서 무대로 이어진 제작 방식의 초기 사례이다.
같은 노래가 음반 시장에서는 환영받고 극장 평단에서는 외면받았다는 엇갈림이 이 작품의 출발을 특별하게 만든다.
02평단의 냉대와 팀 라이스의 회상
브로드웨이 초연에 대한 평단의 반응은 차가웠다. 팀 라이스는 한 인터뷰에서 당시를 이렇게 돌아봤다. 우리는 시대를 앞서갔고, 브로드웨이 관객은 록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록 팬들은 브로드웨이에 가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이 회상이 흥미로운 이유는 문제의 위치를 정확히 짚기 때문이다. 작품이 형편없어서 외면받았다기보다, 작품을 기다리는 관객과 작품이 서 있는 자리가 서로 어긋나 있었다는 설명이다. 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뮤지컬 극장에 가지 않았고, 뮤지컬 극장의 관객은 록을 낯설어했다.
두 세계 사이에 놓인 작품은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기 어려웠던 셈이다. 새로운 형식이 처음 나올 때 이런 일은 드물지 않다. 작품이 겪는 외로움은 평가의 문제가 아니라 자리의 문제이고, 자리가 생기고 나면 같은 작품이 전혀 다른 얼굴로 읽히기 시작한다.
1971년 브로드웨이 공연은 토니상 5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는 못했다. 조연상 후보에는 벤 버린이 올랐고, 로이드 웨버는 그해 드라마 데스크상의 가장 유망한 작곡가 부문을 받았다. 평단이 외면했다는 이야기와 후보 지명이 함께 있다는 것은 반응이 단순히 한쪽으로 쏠려 있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누군가는 이 작품의 가능성을 보았다는 이야기이니까. 특히 로이드 웨버가 받은 드라마 데스크상 부문이 '가장 유망한 작곡가'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작품은 외면받았어도 음악을 쓴 사람의 앞날은 이미 주목받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이 두 창작자의 브로드웨이 데뷔작이었다는 사실과 겹쳐 보면, 이 냉대가 이후 이어질 협업의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었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03웨스트엔드 8년, 영화, 그리고 되살아난 무대
런던은 달랐다. 1972년 웨스트엔드 공연은 팰리스 시어터에서 개막해 1980년까지 8년간 이어졌다. 이 기록은 로이드 웨버 자신의 <캣츠>가 등장하기 전까지 웨스트엔드 최장기 공연 뮤지컬 기록으로 남았다.
브로드웨이 본공연이 1971년 10월부터 1973년 6월까지 711회로 막을 내린 것과 견주면, 같은 작품이 도시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받아들여졌는지 선명하다. 2012년 브로드웨이 재공연도 24회 프리뷰와 116회 공연으로 끝났으니, 런던의 8년이 뉴욕의 두 시기보다 훨씬 길었던 셈이다. 공연 비평을 읽을 때 도시와 시기에 따라 같은 작품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음을 기억해 둘 만하다.
1973년에는 노먼 주이슨 감독의 영화판이 나왔고, 촬영은 이스라엘과 중동 일대에서 이뤄졌다. 이후에도 무대는 계속 새로 만들어졌다. 2012년 브로드웨이 재공연은 라호야 플레이하우스를 거쳐 네일 사이먼 시어터에서 열렸고, 24회 프리뷰와 116회 공연을 하고 막을 내렸다.

지방 극장에서 먼저 선보인 뒤 브로드웨이로 옮겨 오는 방식은 지금의 뮤지컬 제작에서도 흔한 경로다. 2016년 7월 15일부터 8월 27일까지는 런던 리젠츠 파크 오픈 에어 시어터에서 공연이 있었고, 2023년 9월에는 맨체스터 팰리스 시어터에서 출발한 영국 투어가 이어졌다.
최근에는 신시아 에리보가 예수 역을 맡은 콘서트 버전 공연도 열렸다. 콘서트 버전이라는 점을 밝혀 두는 이유는 정식 무대 프로덕션과 구분해서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55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작품은 영화관, 야외극장, 투어 공연장, 콘서트홀을 오가며 형태를 바꿔 왔다. 형태가 바뀔 때마다 새 세대의 배우와 관객이 이 노래들을 다시 만났다. 오래 살아남은 작품은 한 가지 판본에 갇히지 않고, 장소가 바뀌어도 노래가 중심에 있으면 이야기가 살아남는다는 것을 이 작품이 보여 준다.
04한국에서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한국 관객에게도 이 작품은 낯선 이름이 아니다. THE MUSICAL 기사는 2000년 12월 22일부터 2001년 1월 1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극단 현대극장이 올린 공연을 국내 첫 정식 라이선스 공연으로 소개한다.
1994년에는 일본 극단 시키의 "예루살렘 버전" 공연이 한국을 찾아 국내 공연계에 큰 충격을 줬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는 국내 제작이 아니라 일본 극단의 방한 공연이다.
이후 국내 공연은 2013년, 2015년, 2022년 11월에 이어졌다. 2022년 공연은 7년 만의 귀환으로 소개됐다. 2024년 11월에는 마이클 리와 박은태가 출연한 공연이 있었다. 2015년과 2022년 사이가 7년이었다는 사실은 이 작품이 매해 열리는 정기 레퍼토리가 아니라, 새로운 배우와 해석이 준비되었을 때 돌아오는 작품임을 보여 준다.
1994년 시키 극단의 방한이 국내 관객에게 충격을 주었고, 그로부터 몇 해 뒤 국내 제작진이 직접 라이선스 무대를 올렸다는 흐름으로 읽을 수 있다.

05혜화동의 시선, 외면받은 작품이 오래 남는 이유
혜화동이 이 회고 기사에서 주목하는 대목은 "시대를 앞서갔다"는 팀 라이스의 말이다. 대학로에서도 초연 때는 객석이 비었다가 몇 해 뒤 사랑받는 작품이 있다. 새로운 형식을 시도한 작품일수록 처음에는 어디에 속하는지 몰라 관객이 망설이기 마련이다.
이 작품의 55년은 첫 평가에 지나치게 흔들리지 않는 것이 창작자와 제작자, 그리고 관객 모두에게 필요한 태도라는 점을 일깨운다.
또 하나는 음악이 작품을 지킨다는 사실이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앨범으로 먼저 대중에게 닿았고, 평단의 반응이 엇갈린 뒤에도 노래는 계속 불렸다. 극장 밖에서 먼저 사랑받은 노래가 극장 안의 작품을 다시 불러온 것이다. 우리 창작 뮤지컬도 극장 밖에서 노래가 먼저 알려지는 경로를 더 적극적으로 생각해 볼 만하다.
세 번째는 재공연의 문화이다. 한 번 만든 공연을 계속 다시 만드는 힘은 팀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고, 관객이 다시 찾아 주는 힘에서 나온다. 국내에서 이 작품이 몇 해 간격으로 돌아온 것도, 이 작품을 다시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이 늘 있었기 때문이다.
06이번 주년을 어떻게 즐길까
55주년이라는 계기에 이 작품을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순서를 이렇게 권하고 싶다. 먼저 콘셉트 앨범에 담긴 넘버 세 곡, '아이 돈트 노 하우 투 러브 힘', '헤븐 온 데어 마인즈', '겟세마네'를 들어 보자. 노래만으로도 이 작품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고, 그다음에 무대 영상이나 공연을 보면 훨씬 풍성하게 읽힌다.
이미 이 작품을 아는 분은 Playbill의 55주년 회고 갤러리를 구경해 보자. 갤러리 사진에는 여러 시기의 무대가 섞여 있으니 1971년 초연의 장면으로 보지는 말고, 여러 시기의 무대가 이어져 왔다는 사실을 느끼는 용도로 봐 주자.
국내에서 다음 공연이 올라온다면 객석에 앉기 전에 앨범의 세 곡을 한 번 더 들어 보자. 같은 노래가 무대에서 어떤 장면으로 바뀌는지가 보일 것이다.
- Playbill, 「Celebrate 55 Years of Jesus Christ Superstar with This Supersized Lookback」, https://playbill.com/article/celebrate-55-years-of-jesus-christ-superstar-with-this-supersized-lookback
- THE MUSICAL, 국내 공연 이력 기사
- 위키백과, 「Jesus Christ Superstar」, https://en.wikipedia.org/wiki/Jesus_Christ_Supersta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