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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26.10.137분 읽기

두 사람만으로 채운 무대

# 두 사람만으로 채운 무대

공연장
JTN 아트홀 4관
기간
2019.06.04~2026.10.31
장르
연극

# 두 사람만으로 채운 무대

JTN 아트홀은 2016년에 문을 연 복합 공연장이다. 관을 네 개나 품고 있으니 작은 소극장들과는 체급이 다르다. 그런데 그 네 개 관 중 4관을 뷰티풀라이프라는 한 작품이 2019년부터 지금까지, 거의 7년째 지키고 있다. 오픈런이라는 분류가 붙은 공연은 대학로에 적지 않지만, 이렇게 오래 같은 자리를 지켜온 창작극은 그 자체로 눈여겨볼 이유가 된다. 화려한 신작이 매달 쏟아지는 동네에서, 한 작품이 7년을 버텼다는 건 그만큼 꾸준히 관객을 불러들이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이 극장의 나머지 세 개 관을 들여다보면, 네 관이 각자 다른 작품으로 채워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1관에는 뮤지컬 써니텐이, 2관에는 뮤지컬 인사이드 미가, 3관에는 연극 오백에 삼십이 자리를 잡고 있다. 뮤지컬 둘과 연극 둘이 나란히 걸려 있는 걸 보면, 이 복합관이 장르를 가리지 않고 폭넓게 운영되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뷰티풀라이프는 2019년부터 시작했으니 네 작품 중 가장 오래된 축에 속한다. 오백에 삼십이 2024년, 인사이드 미가 2026년에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4관의 뷰티풀라이프가 이 건물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가 더 또렷하게 그려진다.

뷰티풀라이프는 두 명의 배우만으로 극을 이끄는 2인극이다. 소극장 창작극에서 2인극은 드물지 않은 선택이다. 출연료와 연습 일정을 단순하게 만들 수 있고, 두 사람 사이의 호흡만 맞으면 큰 세트 없이도 극을 밀고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무 2인극이나 7년을 버티는 것은 아니다. 관람평을 보면 이 작품은 두 배우만으로도 무대를 가득 채우는 장악력이 느껴진다는 평이 반복해서 나온다. 인원이 적은 무대일수록 배우 개개인의 밀도가 그대로 드러나는데, 그 밀도가 관객을 붙잡아두는 힘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을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도 관람평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지인의 추천을 받고 예매했는데 기념일 데이트로도 좋다는 후기가 많아 기대감을 안고 다녀왔다는 글이 있고, 대학로에서 오랜 시간 공연되어온 작품이라 그만큼 연출 구성과 기획이 좋은 연극이라는 평도 있다. 오래 꾸준히 사랑받아온 작품이라는 점, 그리고 후기가 대체로 좋다는 점 자체가 믿고 볼 수 있는 이유가 된다는 감상도 눈에 띈다. 입소문을 타고 조금씩 관객층을 넓혀온 전형적인 경로로 보인다.

이야기 구성도 흥미롭다. 관람평들을 모아보면 이 작품은 노부부가 된 두 사람의 현재에서 시작해 청춘 시절의 첫 만남으로 거슬러 올라갔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교차 구성을 쓴다고 한다. 작은 포차에서 처음 만난 춘식과 순옥이 연애를 시작하고, 현실적인 오해와 이별을 겪은 뒤 재회해 가정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이 교차 구성 안에 담아낸다는 것이다. 순서를 거꾸로 따라가는 방식은 결말을 먼저 보여주고 그 결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역으로 추적하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노년의 모습을 먼저 본 관객이 청춘의 장면을 볼 때는, 이미 이 두 사람이 결국 어떻게 되는지를 알고 보는 셈이라 감정이 다르게 쌓인다.

출연진 쪽도 들여다볼 지점이 있다. 여러 관람평을 보면 같은 역할이라도 날짜에 따라 전혀 다른 배우가 캐스팅된다. 춘식 역에 정경식, 신정윤, 순옥 역에 백진화, 문혜빈, 김현지, 이승민까지 조합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한 관람객은 이 작품에 참여하는 배우가 총 13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는데, 정확한 공식 집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로테이션 규모가 꽤 크다는 것만큼은 여러 후기가 공통으로 뒷받침한다. 예매 사이트에 적힌 퇴장 후 재관람이 어렵다는 안내도 이런 구조와 맞물려 있다. 오늘 본 조합이 다음에 또 똑같이 오를지 알 수 없으니, 같은 작품이라도 매번 조금씩 다른 무대를 보게 되는 셈이다.

혼자 공연장을 찾는 관객에게도 이 작품은 낯설지 않은 선택인 듯하다. 원래 동행과 함께 보려 했지만 사정이 생겨 혼자 관람하게 되었다는 한 관람객은, 혼자서도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고 적었다. 2인극이라는 형식이 오히려 혼자 온 관객에게는 부담을 덜어주는 면도 있을 것이다. 두 배우가 만들어내는 밀도 있는 대화극이라, 옆자리에 누가 앉았는지보다 무대 위 두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을 두 번, 세 번 다시 보러 오는 관객도 보인다. 한 관람평은 좋아하는 공연이라 이번이 세 번째 관극이라고 적었고, 그날 폭풍 오열하는 다른 관객을 보며 저마다 마음속에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나 보다 생각했다고 전한다. 또 다른 관람평에서는 공연이 끝난 뒤 받을 수 있는 소정의 선물에 당첨되길 바라며 응모함에 티켓을 넣었다는 이야기, 구미에서 온 관객이 무대 위로 올라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는 장면도 등장한다. 춘식이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 가장 크게 웃었다는 후기, 그러다 어느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렀고 둘러보니 객석 전체가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는 후기도 여러 번 나온다. 웃음과 눈물이 번갈아 오는 호흡이 이 작품의 가장 뚜렷한 특징으로 읽힌다.

관람을 준비할 때 챙길 만한 실용적인 조언도 여러 후기에 쌓여 있다. 주말이나 인기 회차에는 줄이 길어질 수 있으니 20분에서 30분 정도 여유롭게 도착해 티켓을 먼저 발권받는 쪽을 권하는 후기, 지연 입장이 불가능할 수 있으니 늦지 않게 미리 방문해야 한다는 당부도 반복해서 등장한다. 대기 공간이 생각보다 멋있어 감동했다는 후기, 영화관처럼 단차가 있는 좌석이라 시야가 가려지지 않는다는 후기까지 더하면, 이 작품은 입장하는 순간부터 관객을 준비시키는 나름의 리듬을 갖춘 듯하다.

흥미로운 건 이 작품이 서울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관람평을 모아보면 대구 동성로의 문화예술극장CT, 대전의 이수아트홀, 수원 등에서도 뷰티풀라이프라는 같은 제목의 공연이 올라갔다는 후기를 여럿 찾을 수 있다. 공식 데이터에 등록된 공연은 서울 JTN아트홀 4관의 한 건뿐이라 지역 공연장의 운영 주체가 서울 쪽과 정확히 같은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적어도 같은 설정, 같은 2인극 구조의 작품이 여러 지역에서 나란히 관객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대학로의 작은 창작극 하나가 이렇게 지역 소극장가로 퍼져나간 사례는 흔하지 않다. 발굴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처음 시작할 때는 JTN아트홀 4관 한 곳뿐이었을 이 작품이, 지금은 전국 어딘가의 소극장에서도 같은 제목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성과다.

데이트나 가족 나들이로 이 공연을 찾는 사람도 많다. 부모님과 함께, 혹은 연인과 함께 보고 또 보고 싶다는 후기가 유독 많이 보이는 이유도 짐작이 간다. 거창한 메시지를 외치는 작품이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연애와 결혼, 노년까지의 시간을 웃음과 눈물로 눌러 담은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7년 가까이 같은 자리를 지켜온 2인극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2인극이 서울을 넘어 지역까지 퍼진 흔적까지 더해놓고 보면, 뷰티풀라이프는 이미 충분히 검증된 작품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이 칼럼이 이 작품을 다루는 이유는 분명하다. 큰 조명 없이 두 사람의 연기만으로 몇 년을 버텨낸 창작극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소극장이라는 작은 무대가 여전히 해낼 수 있는 일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직 이 작품을 보지 못했다면, 오늘의 캐스트가 누구인지부터 확인해보는 것으로 시작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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