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이라는 별명에서 시작된 무대
# 북극곰이라는 별명에서 시작된 무대
- 공연장
- 북극곰 소극장
- 기간
- 2019.07.20~2026.10.31
- 장르
- 연극
# 북극곰이라는 별명에서 시작된 무대
종로구 북극곰 소극장은 2019년에 문을 연 작은 공연장이다. 그런데 이 극장과 극단의 시작은 그보다 훨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이야기가 관람객들의 후기 속에 전해진다. 한 관람객이 쓴 후기에 따르면, 2012년 무렵 성곽마을 주변에서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그림동화책을 읽어주던 모임이 있었고, 그 모임을 따라다니던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북극곰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고 한다. 북(book, 책)과 극(연극)과 곰(별명)이 합쳐져 북극곰이라는 이름이 되었고, 그 이름을 그대로 쓰는 스토리텔링 극단 북극곰예술여행이 창단되었다는 것이다. 이 사연이 정확히 사실과 일치하는지는 공식 자료로 확인되지 않지만, 적어도 이 극장과 극단의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를 짐작하게 해주는 이야기다.
이 창단 비화가 사실이라면, 이 극단의 뿌리는 무대가 아니라 책 읽어주는 목소리에 있는 셈이다. 동화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는 일과 무대 위에서 이야기를 연기하는 일은 완전히 다른 기술을 요구하지만, 둘 다 결국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행위라는 점에서는 같은 뿌리를 공유한다. 2012년의 그림책 읽어주기가 2019년 극장 개관으로,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오픈런 공연으로 연결된 흐름을 상상해보면, 이 극단이 책에서 무대로 옮겨온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을 조금씩 넓혀온 것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다루는 북극곰 예술여행은 이 극단의 이름을 그대로 딴 작품으로, 2019년부터 지금까지 같은 극장에서 오픈런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동극이자 가족극으로 분류되어 있고, 추가분류에는 앵콜 표시까지 붙어 있다. 한 번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이 다시 무대에 오르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니, 이 작품이 그동안 꾸준히 관객을 만족시켜왔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이 칼럼이 다룬 다른 작품인 뷰티풀라이프도 같은 2019년, 불과 한 달 반 정도의 차이를 두고 시작됐다. 서로 완전히 다른 장르, 다른 극장에서 출발한 두 작품이 같은 해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나란히 버텨왔다는 사실은, 2019년 무렵 대학로 소극장가에 어떤 창작극들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는지를 짐작해보게 하는 작은 단서가 된다.
관람평을 찾아보면 이 작품 자체를 직접 본 후기가 있다. 육아크루 이벤트로 관람했다는 한 관람객은 단순한 이야기 연극이 아니라 책 속 세계를 무대 위에서 살려낸 무대 연출, 가족 모두가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요소, 어린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메시지 등이 잘 어우러진 공연이었다고 전한다. 색다르고 재미있는 무대 장치와 캐릭터가 등장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살리고 상상력을 자극했다는 평도 함께 남겼다. 책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를 평면적인 낭독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무대 장치와 캐릭터로 바꿔낸다는 점이 이 작품의 핵심적인 매력으로 보인다.
반면 다른 관람평은 조금 결이 다르다. 혼자 공연장을 찾은 50대 남성 관객은 타겟이 정확하다면 나쁘지 않을 공연일 수도 있다고 적으면서도, 자신에게는 그저 헛웃음만 나올 따름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 한 줄은 오히려 이 작품의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북극곰 예술여행은 어린이와 그 가족을 향해 정확하게 조준된 공연이라, 그 범위를 벗어난 관객이 혼자 보러 가면 결이 안 맞을 수 있다는 뜻이다. 타겟이 또렷한 가족극일수록 이런 온도차가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오히려 이 작품이 누구를 향해 만들어졌는지를 정확히 알려주는 단서로 읽을 수 있다.
북극곰 소극장은 작은 극장 특유의 구조도 가지고 있다. 별도의 티켓부스가 없어 선생님이 직접 앞에서 기다리다 티켓을 나눠주고, 공연 30분 전부터 티켓을 받을 수 있으며 객석 입장은 15분 전부터 가능하다. 지하로 내려가는 구조라 계단으로만 들어갈 수 있어 유모차는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는 점도 관람평에 반복해서 등장한다. 주차장이 없어 대중교통을 추천하는 후기도 많다. 혜화역 2번 출구에서 걸어서 10분에서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작은 소극장이라 어느 자리에 앉아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는 후기도 있어, 좌석을 고민하는 시간보다 일정을 맞추는 데 더 신경을 쓰면 되는 공연으로 보인다.
이 극장이 북극곰 예술여행 한 작품만 트는 것은 아니다. 수집한 후기를 보면 같은 극장에서 취한 배를 탄 눈물인형이라는 테이블 인형극, 들썩들썩 인형극 호랑이 소동, 북극곰 가족극 페스티벌 같은 다른 기획도 꾸준히 열리고 있다. 북극곰 가족극 페스티벌은 여러 주차에 걸쳐 바디뮤직코리아, 테이블인형극제, 라온디어, 문화발전소 깃듦처럼 서로 다른 팀의 공연을 돌려가며 선보이는 형식이고, 북극곰 예술여행 자체도 이 페스티벌의 한 주차를 맡아 공연한 적이 있다고 전해진다. 즉 이 극장은 자기 이름을 건 대표 작품 하나만 트는 게 아니라, 그 이름을 내건 축제 형식의 기획 안에서 여러 창작 집단과 공존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이 페스티벌의 성격을 짐작하게 하는 작은 디테일도 있다. 한 관람객은 책을 바탕으로 한 공연이라 그런지 그날 본 공연의 주제에 맞는 책 두 권을 추천받았다고 적었고, 공연을 보고 나서 그 추천받은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감상을 남겼다. 공연 한 편을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 공연이 가리키는 원작 그림책까지 이어서 읽게 만드는 방식이다. 북극곰이라는 이름 자체가 책 읽어주기에서 시작됐다는 창단 비화를 떠올리면, 이런 책 추천 습관이 우연이 아니라 이 극장이 처음부터 품고 있던 성격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 들어서는 같은 극장에서 또 다른 가족극이 짧게 무대에 올랐다 내려간 적도 있다. 2026년 9월 22일부터 10월 31일까지 강아지똥이라는 초연 작품이 이 극장에서 공연되었는데, 이 작품은 이미 다른 칼럼에서 따로 다뤘기 때문에 여기서는 제목과 기간만 짚고 넘어간다. 북극곰 예술여행이라는 오픈런 작품이 이 극장의 기본값이라면, 그 사이사이 초연이나 기획전 성격의 다른 작품이 번갈아 끼어드는 구조로 보인다. 작은 단관 극장이라도 쉬지 않고 여러 이야기를 돌려가며 받아내고 있다는 뜻이다.
가족극, 특히 어린이를 동반한 공연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다른 소극장 창작극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발굴이다. 화려한 수상 경력이나 평론가의 호평으로 입증되는 무대가 아니라, 몇 해 동안 꾸준히 아이들과 그 부모를 만족시켜온 생활 밀착형 창작극이기 때문이다. 2012년이라는 소박한 시작, 2019년의 극장 개관,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앵콜과 오픈런이라는 분류가 한 줄로 이어지는 걸 보면, 이 작은 무대가 걸어온 시간이 결코 짧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이와 함께 혜화동을 걸어볼 계획이 있다면, 북극곰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작은 극장을 한 번쯤 들여다볼 이유는 충분하다. 다만 타겟은 분명히 가족과 어린이 쪽이라는 걸 미리 알고 가는 쪽이, 이 무대가 만들어낸 상상력의 세계를 더 온전히 받아들이는 방법일 것이다.
다음 글 · 여운라면 한 그릇에 담긴 레트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