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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26.10.137분 읽기

라면 한 그릇에 담긴 레트로

# 라면 한 그릇에 담긴 레트로

공연장
해피시어터
기간
2021.01.16~2026.10.31
장르
연극

# 라면 한 그릇에 담긴 레트로

해피씨어터는 2008년에 문을 연 극장이다. 종로구 대학로10길의 지하 1층, 해화역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이 극장을 2021년부터 지금까지 지켜온 작품이 바로 연극라면이다. 제목부터 소박하다. 거창한 영어 부제나 수수께끼 같은 상징을 내세우지 않고, 누구나 한 번쯤 끓여 먹었을 음식 이름을 그대로 내걸었다. 그 소박함이 오히려 이 작품의 정체성을 정확히 보여준다.

라면이라는 소재가 품은 상징성도 가볍게 짚어볼 만하다. 라면은 보통 바쁜 하루, 넉넉하지 않은 자취 생활, 혹은 누군가와 늦은 밤 함께 나눠 먹은 기억 같은 것들과 함께 떠오르는 음식이다. 근사한 레스토랑의 요리가 아니라 누구나 부담 없이 끓여 먹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라면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하루를 상징하기에 적당한 소재다. 이 작품이 거창한 사랑 이야기 대신 라면이라는 소재를 제목으로 끌어온 것도, 결국 이 이야기가 특별한 영웅담이 아니라 누구나 겪었을 법한 보통의 연애와 삶을 다루고 있다는 걸 미리 알려주는 장치로 보인다.

관람평을 모아보면 이 작품의 배경은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사이, 레트로 코믹극이자 로맨틱 코믹극으로 분류된다. 한만수와 고은실이라는 커플을 중심으로, 오랜 시간 연애를 이어온 두 사람과 그 주변 인물인 이경필과 김희선의 이야기가 함께 얽히며 연애와 사랑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 관람평을 통해 전해지는 줄거리다. 라면이라는 소재가 단순히 웃음을 위한 장치로만 쓰이는 게 아니라, 연애와 사람들의 추억을 풀어내는 매개로 쓰인다는 후기도 있다. 처음에는 라면을 소재로 한 가벼운 코미디라고 생각했다가, 실제로 보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다는 반응이 여러 글에서 겹친다.

이 작품을 소개하는 문구 중에 유독 눈에 걸리는 표현이 있다. 웃음 세 컵, 추억 두 스푼, 눈물 한 꼬집. 라면을 끓이는 과정에 비유해 공연의 분위기를 설명한 이 문구는, 실제로 관람평이 전하는 감상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배우들의 대사가 빠르게 이어지고 상황 자체가 재미있어 객석에서 웃음이 계속 나온다는 후기, 그러다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과거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돼 생각보다 여운이 깊었다는 후기, 마지막에는 눈물이 핑 도는 진한 감동까지 느꼈다는 후기까지, 웃음과 추억과 눈물이라는 세 가지 재료가 실제로 골고루 들어가 있는 셈이다.

러닝타임은 대략 90분에서 100분 사이로 보인다. 소극장 공연답게 배우들의 표정과 대사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을 여러 관람평이 공통으로 짚는다. 오늘의 배우가 누구인지 로비에 사진으로 걸려 있어 미리 확인하고 들어가면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팁도 있다. 대사 전달력이 좋고 연기도 실감나게 하는 배우들이 많아 몰입감이 높다는 평, 특히 남자친구가 배우들의 발성과 연기력에 민감한 편인데도 공연이 끝난 뒤 연기가 정말 생생했다고 여러 번 말할 정도였다는 구체적인 후기도 있다.

레트로 코믹극이라는 장르 자체도 대학로에서 꾸준히 명맥을 이어온 분야다. 90년대나 200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은 복고 소품이나 당시 유행했던 노래, 말투를 활용해 관객의 추억을 건드리는 방식을 주로 쓴다. 이런 장르가 대학로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그 시절을 직접 산 세대에게는 추억을, 그 시절을 모르는 세대에게는 복고풍이라는 낯선 매력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연극라면이 레트로라는 장르 안에서 유독 오래 버텨온 작품이라는 점은, 이 장르가 가진 보편적인 매력을 이 작품이 특히 잘 살려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누구에게 이 공연이 맞는지도 관람평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연인끼리 데이트로 보러 왔다가 좋았다는 후기, 부모님과 함께 봤는데 세대를 가리지 않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 만족스러웠다는 후기, 심지어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와 함께 100분을 버틸 수 있을지 걱정하며 갔다가 아이들도 즐겁게 본 사례까지 섞여 있다. 한 관람객은 부모님과 자신, 언니까지 온 가족이 함께 보러 갔는데 소문대로 모두가 재미있게 봤다고 적었다. 90년대와 2000년대의 정서를 다루는 작품이라 그 시절을 직접 겪은 세대에게는 추억으로, 그 시절을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는 응답하라 1988류 드라마에서 접했던 감성으로 다가가는 것으로 보인다. 한 관람평은 이 작품이 진짜 응답하라 1988 뺨치는 감성이라 배우들의 연기가 재미있고 웃겨서 추천하고 싶다고 적었고, 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에 실컷 웃고 모두의 추억이 담긴 라면 한 그릇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연극이었다는 표현도 함께 전해진다.

처음 이 작품을 접할 때 갖게 되는 선입견과 실제 관람 경험 사이의 간극도 눈여겨볼 만하다. 사실 코미디 연극이라고 해서 웃음만 강조한 스토리일 줄 알았는데 제 예상과는 달랐다는 후기, 예전부터 대학로 연극 추천 글에서 자주 보이던 작품이라 궁금했다는 후기가 있다.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추천되어온 작품인 동시에, 직접 보기 전까지는 그 진짜 결을 짐작하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레트로라는 수식어가 붙은 작품은 자칫 그 시절을 모르는 관객에게는 낯선 유행어나 소품만 나열하는 데서 그칠 위험이 있는데, 이 작품은 그 시절의 소품이나 유행어보다 연애와 사람 사이의 감정이라는 더 근본적인 재료로 접근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 시절을 모르는 관객도 큰 거리감 없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작품이 서울 대학로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관람평은 대학로의 전설적인 연극 라면이 수원에 상륙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고 적었다. 공식 데이터에 등록된 공연은 서울 해피시어터 한 곳뿐이라 수원 공연이 정확히 어떤 형태로 진행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대학로 밖에서도 이 제목을 알고 찾아가는 관객이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2021년부터 지금까지 같은 극장에서 오픈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과 지역까지 알려진 입소문을 함께 놓고 보면, 이 작품이 대학로 안에서만 통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주차 문제도 관람평에서 자주 다뤄지는 부분이다. 해피시어터 근처는 대중교통으로 접근하는 쪽을 권하는 후기가 많고, 인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라는 구체적인 팁도 있다. 시간대가 금방 매진되는 편이라 주말 데이트로 볼 계획이라면 미리 예매해두라는 조언도 여러 글에 걸쳐 반복된다. 소박한 제목의 공연이지만 꽤 꾸준히 팬을 모아온 작품이라는 걸, 이런 실용적인 조언들이 쌓여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말해준다.

음식 이름을 제목으로 건 창작극이 몇 년씩 한 극장을 지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라면이라는 익숙한 소재 뒤에 연애와 추억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숨겨 놓고, 그걸 꾸준히 관객에게 들키게 만들어온 셈이다. 이 작품이 지금까지 버텨온 시간과 수원까지 퍼진 흔적을 보면, 소박한 제목 뒤에 숨은 공력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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