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를 모아놓은 메들리
# 사춘기를 모아놓은 메들리
- 공연장
- 아라아트홀
- 기간
- 2024.02.03~2026.11.30
- 장르
- 연극
# 사춘기를 모아놓은 메들리
이번에는 솔직하게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대학로 청소년연극 사춘기메들리를 직접 보고 쓴 관람평을 이번 조사에서는 찾지 못했다. 검색에 걸린 글 마흔 건 가운데 이 작품을 실제로 언급한 글은 한 건도 없었고, 대신 처음 연극을 보러 가는 사람을 위한 일반적인 입문 가이드 글들만 남았다. 발굴을 내세우는 칼럼이 후기 하나 없이 작품을 소개하는 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입소문이 거의 남지 않은 채로도 2024년 2월부터 지금까지 거의 3년을 버텨온 작품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눈여겨볼 만한 지점이다.
이 칼럼이 같은 시기에 다룬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면 이 차이가 더 또렷해진다. 뷰티풀라이프는 59건, 연극라면은 73건, 시간을 파는 상점은 87건의 관람평 문장이 검색으로 걸러졌다. 반면 사춘기메들리는 열 건의 문장 중 이 작품을 직접 언급한 문장이 하나도 없었다. 같은 방식으로 같은 기간을 검색했는데 이렇게 큰 차이가 난다는 건, 단순히 운이 나빴다는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관객이 후기를 남기는 작품과 남기지 않는 작품 사이에는 분명 어떤 차이가 있을 텐데, 그 차이가 작품의 완성도 때문인지, 관객층의 성격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홍보 채널의 차이 때문인지는 이번 조사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다.
아라아트홀은 데이터상 개관 연도가 공백으로 남아 있는 종로구의 작은 극장이다. 관이 하나뿐인 단관 극장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 극장의 운영 목록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보인다. 사춘기메들리와 함께, 같은 극장에서 코믹추리극 마피아게임이라는 작품도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마피아게임의 공연 기간은 2026년 3월 7일부터 10월 31일까지로, 사춘기메들리의 긴 공연 기간과 상당 부분 겹친다. 관이 하나뿐인 극장에서 두 개의 오픈런 작품이 동시에 운영되고 있다는 뜻인데, 아마도 요일이나 시간대를 나눠 쓰는 방식일 것으로 짐작된다. 정확한 편성 방식은 데이터만으로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 작은 극장이 하루도 비는 날 없이 두 작품을 번갈아 돌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만큼은 짐작할 수 있다.
데이터에서 눈에 걸리는 또 다른 작은 흔적이 있다. 이 작품의 포스터 파일명에는 202606230946131이라는 숫자가 붙어 있는데, 이 번호를 다른 공연들의 포스터 파일명과 같은 방식으로 읽으면 2026년 6월 23일 오전에 포스터 파일이 새로 올라온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2024년 2월에 시작한 공연이 2026년 중반에 포스터를 새로 올렸다는 건, 이 작품이 완전히 방치된 채로 그냥 걸려 있는 게 아니라 적어도 홍보 이미지 정도는 챙겨서 관리되고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관람평이 쌓이지 않는 것과, 운영 쪽에서 이 작품을 챙기고 있는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라는 걸 보여주는 작은 단서다.
제목으로 돌아가 보자. 사춘기메들리라는 이름에서 가장 눈에 걸리는 단어는 메들리다. 메들리는 원래 여러 곡을 이어 붙여 하나의 흐름으로 만든 음악 형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단어가 사춘기라는 말과 붙어 있다는 건, 하나의 긴 서사가 아니라 사춘기라는 주제 아래 여러 개의 짧은 이야기나 에피소드를 이어 붙인 구성일 가능성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이것은 제목에서 짐작해보는 것일 뿐, 실제 구성이 정확히 그런지는 이번 조사로는 확인할 수 없었다. 메들리라는 말이 주는 인상과 실제 무대가 일치하는지는, 결국 직접 가서 확인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장르 분류를 보면 이 작품에는 꽤 많은 태그가 동시에 붙어 있다. 창작, 코미디, 청소년극, 로맨스, 그리고 아동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다는 테마 표시까지 겹쳐 있다. 하나의 장르로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메들리라는 제목과 맞아떨어진다. 코미디와 로맨스가 한 무대 안에 섞여 있다는 건, 사춘기라는 시기 자체가 원래 웃음과 설렘이 뒤섞인 복잡한 시간이라는 걸 그대로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청소년극이면서 동시에 아동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다는 테마가 함께 붙어 있는 것도, 사춘기를 겪는 당사자뿐 아니라 그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 세대까지 함께 겨냥한 공연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렇게 여러 장르 태그를 한 작품에 동시에 붙이는 경우가 대학로 데이터 전체에서 아주 흔한 일은 아니다. 보통은 코미디나 로맨스 중 하나를 주력으로 걸고 나머지를 보조로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그 경계를 비교적 느슨하게 풀어놓은 셈이다.
추가분류에는 앵콜이라는 표시도 붙어 있다. 이 칼럼이 앞서 다룬 다른 작품들의 경우를 참고하면, 앵콜은 한 번 좋은 반응을 얻은 뒤 다시 무대에 오르는 작품에 붙는 분류다. 2024년 2월에 시작한 공연이 지금까지 오픈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과, 그 중간에 앵콜이라는 분류까지 붙었다는 사실을 함께 놓고 보면, 이 작품이 적어도 한 번은 관객의 호응을 확인받고 다시 무대에 올랐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관람평이 거의 남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런데도 거의 3년째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게 이 작품의 가장 독특한 지점이다. 화제성과 생존력이 꼭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일 수 있다.
청소년극이라는 장르 자체도 대학로에서 흔히 다뤄지는 분야는 아니다. 데이트용 로맨틱 코미디나 가족 단위 코믹극이 압도적으로 많은 동네에서, 사춘기라는 특정 생애 구간을 정면으로 걸고 나온 작품이라는 점만으로도 이 작품은 이 칼럼이 주목할 이유를 갖는다. 청소년이라는 관객층은 평일 저녁보다 주말이나 방학 기간에 움직일 가능성이 큰 집단이기도 하다. 성인 관객 위주의 데이트 코스형 공연과는 다른 리듬으로 손님을 받아야 하는 작품일 수 있다는 뜻이다. 화제성 있는 후기로 입증된 작품은 아니지만, 조용히 오래 버텨온 작품에는 그만의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입소문이 크지 않다는 건 어쩌면 아직 발굴되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후기가 없는 공연을 다룬다는 것은, 이 칼럼이 평소 의지하던 방식과는 다른 종류의 발굴을 시험해보는 일이기도 하다. 관람평이 쌓인 작품은 그 후기를 따라가며 작품의 결을 짐작할 수 있지만, 이 작품처럼 흔적이 거의 남지 않은 경우에는 제목과 장르 태그, 공연 기간처럼 가장 건조한 데이터만으로 그 작품의 윤곽을 그려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적지만, 적어도 이 작품이 조용히, 꽤 오래, 같은 자리에서 버텨왔다는 사실만큼은 데이터가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에 대해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하지 못하는 건 이 칼럼의 솔직한 한계다. 다만 그 한계를 숨기지 않고 밝히는 것도 발굴이라는 작업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거의 3년째 같은 극장에서, 다른 작품과 자리를 나눠가며 버텨온 이 사춘기메들리가 실제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지는, 결국 직접 아라아트홀의 문을 열고 들어가 본 사람만이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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