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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26.10.137분 읽기

시간을 사고파는 상상

# 시간을 사고파는 상상

공연장
파랑씨어터
기간
2024.03.15~2026.11.30
장르
연극

# 시간을 사고파는 상상

파랑씨어터는 2017년에 문을 연 극장이다. 전에는 도향아트홀, 그보다 더 전에는 뮤디스홀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데이터에 병기되어 있다. 이 극장에서 2024년 3월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작품이 시간을 파는 상점이다. 제목부터 상상력을 자극한다. 시간을 판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누군가의 시간을 대신 써준다는 뜻일까, 아니면 시간 그 자체를 상품처럼 사고파는 세계를 그린다는 뜻일까.

제목이 던지는 질문은 또 하나 있다. 원작 소설을 소개하는 어느 후기는 이 책을 시간 낭비가 불안한 청소년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적으면서, 우리는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을 꽤 충실하게 실천하며 산다는 문장으로 글을 시작했다. 시간을 아껴 써야 한다는 익숙한 잔소리와, 시간을 상품처럼 사고판다는 이 작품의 설정은 겉보기엔 비슷한 자리에서 출발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이 작품이 그 잔소리를 그대로 반복하는지, 아니면 시간을 판다는 상상을 통해 전혀 다른 질문으로 비껴가는지는 제목만으로는 알 수 없다. 적어도 시간이라는 가장 익숙한 소재를, 가장 낯선 방식으로 다시 묻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관람평을 모아보면 이 작품은 김선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 소설은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청소년 필독서이자 베스트셀러로 꾸준히 읽혀온 책이라는 설명이 여러 후기에 등장한다. 청소년 도서로 분류되어 있지만 초등학교 6학년이 읽기에도 어렵지 않다는 독서모임 후기도 있어, 원작 자체가 폭넓은 연령대에 읽히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연극 버전은 이 소설을 무대로 옮긴 것이라, 스토리가 이미 탄탄하게 검증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자주 언급되는 장점이다. 수상 경력이 있는 원작 소설을 무대로 옮기는 방식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처음부터 만들어내는 창작극과는 또 다른 종류의 안정감을 준다. 이야기 자체의 완성도를 검증받은 상태에서 출발하니, 무대화 과정에서는 그 이야기를 어떻게 옮기느냐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셈이다.

이야기의 핵심은 시간을 판다는 특별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처음부터 어렵거나 무거운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아이들은 등장인물의 사건과 재미있는 전개에 집중할 수 있고, 청소년들은 자신의 고민이나 인간관계와 연결해서 볼 수 있으며, 어른들은 지금 자신이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는 후기가 있다. 하나의 이야기가 나이에 따라 전혀 다른 층위로 읽히는 구조라는 뜻이다. 단순한 웃음과 재미를 넘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자연스럽게 묻는다는 평도 여럿이다.

등장인물의 이름도 관람평 속에서 확인된다. 온조, 난주, 이현, 정국 같은 이름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고, 네 명의 배우가 이 주요 인물들을 맡는 동시에 작은 배역까지 멀티로 소화하며 극을 이끈다는 후기가 있다. 등장인물은 많지만 실제 무대에 서는 배우는 넷뿐이라는 점을 짚은 후기도 있어, 소수의 배우가 꽤 많은 역할을 부지런히 오간다는 걸 알 수 있다. 온조, 난주, 이현, 정국을 맡은 배우들 모두 연기력이 좋아 캐스팅이 달라져도 볼 때마다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어 다회차 관람하기 좋다는 후기도 있는데, 실제로 이 작품을 재방문해서 다시 봤다는 후기가 따로 있을 정도로 반복 관람하는 관객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캐스팅이 고정되지 않은 작품을 반복해서 보러 오는 관객이 있다는 사실은, 이 작품이 단순히 줄거리를 소비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배우마다 다르게 그려내는 같은 인물의 결을 비교하는 재미까지 제공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배우들의 연기도 자주 언급되는 요소다. 한 후기는 억지로 쥐어짜내는 눈물이나 과장된 톤이 아니라, 정말 10대 소녀가 느낄 법한 혼란과 용기를 진정성 있게 연기했다고 적었다. 표정의 미세한 변화나 시선 처리 하나하나에 서사가 담겨 있어 절로 몰입이 됐다는 평, 작은 체구에서 단단한 성량과 몰입감이 나온다는 구체적인 감상도 있다. 1인 다역 연기와 관객과의 소통 연출 덕분에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몰입할 수 있는 구성이라는 평, 타임라인에 맞춰 툭툭 던지는 유머와 생활 연기가 자연스럽게 감겨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는 후기까지 더하면, 이 작품이 웃음과 진지함 사이를 꽤 능숙하게 오간다는 걸 알 수 있다.

소극장이라는 공간의 장점도 반복해서 등장한다. 작은 소극장이라 미세한 표정 변화나 감정선까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는 후기, 객석과 무대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 배우의 표정과 호흡, 감정 변화가 그대로 전해지는 구조라는 평이 있다. 배우가 무대 가까이 다가와 작은 역할을 건네는 등 관객이 연극에 함께 참여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아이들의 몰입도에 특히 효과적이라는 후기, 작은 소극장이라 배우가 바로 옆자리에 앉기도 하고 가까이 다가오기도 한다는 생생한 묘사도 있다. 맨 앞줄에 앉으면 이런 참여 요소를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다는 팁도 함께 전해진다. 공연 시작 10분 전이면 예매가 마감되는 경우가 많다는 당부도 있어, 여유 있게 도착하는 쪽이 안전하다.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특히 추천되는 작품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보기 좋은 대학로 연극으로 자주 소개되고, 명동 쇼핑이나 다른 나들이와 묶어 하루 코스로 다녀왔다는 후기도 여럿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 손을 잡고 삼대가 함께 보기에 이만한 연극이 없다는 후기, 학교 단체 관람이나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기에 가장 적합한 작품으로 꼽힌다는 후기도 있다. 재미와 슬픔이 함께 있어 눈물 콧물을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는 농담 섞인 후기, 마지막 장면에서 예상치 못한 감정이 올라와 눈물이 찔끔 났다는 후기까지, 가볍게 보러 갔다가 생각보다 깊은 여운을 안고 나온 경우가 많아 보인다. 두 개의 서로 다른 블로그는 이 작품이 누적 관객 45만 명을 돌파하며 대학로 대표 가족 연극으로 자리 잡았다고 전하는데, 이 수치가 공식 집계로 확인된 것은 아니라서 하나의 참고 정보로만 받아들이는 게 맞을 것이다.

이 작품도 서울에만 머물지 않았다. 한 관람평은 충남 서산에서 아이와 함께 본 공연 후기를 남기며, 아이와 함께한 첫 연극이라 더욱 뭉클했다고 적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에 대한 감탄, 방학을 맞아 의미 있는 나들이를 계획하는 부모에게 이 작품을 권하는 글도 함께 있다. 공식 데이터에는 서울 파랑씨어터 공연만 등록되어 있어 서산 공연의 운영 주체가 서울 쪽과 같은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 작품이 대학로를 벗어난 곳에서도 아이와 부모가 함께 보는 첫 연극으로 선택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시간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사고파는 상품으로 바꿔놓은 상상력, 그리고 그 상상력을 아이부터 어른까지 각자의 눈높이로 다르게 읽어낼 수 있게 만든 구성이 이 작품을 오래 버티게 한 힘으로 보인다.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보고 싶다면, 파랑씨어터의 문을 열어볼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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